프라하의 달
- 여강 최재효
위로 열 분의 조상祖上을 보시라
보이지 않는다면
천 길 위로 백 분의 족적足跡을 보시라
그래도 보지 못하면 그댄 지구인이 아닐진저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나
반도의 몽고반점 엉덩이나
그 시원始原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씨앗이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으리
천 년 전에 설산雪山을 넘던 혜초나
천 년 후에 알프스를 등정할 크로마뇽인이나
이 순간 까를교를 걷고 있는 연인의 눈동자에
모태母胎 같은 임이 계실지니
어쩌다 광인狂人의 눈에
강물에 빠진 달이 살아 춤을 추고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동공에 들어올 때
사생死生의 경계는 모호하리
백천만 년 돌고 돌아서 나 여기에 홀로 섰으니
억만년의 저님과 길동무라
내가 앞설 때도 있고
저 임이 산 너머로 도망칠 때도 있었지
먼 훗날 이 몸이 먼 조상으로 불릴 때
저 임과 프라하 돌다리는 모르쇠할 테고
새로운 광인의 두 눈가에는
지금처럼 뜻 모를 눈물이 소리없이 번질 테고
체코 프라하 까를교(橋)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