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마시다
- 여강 최재효
살을 에는 찬바람에 별들은 숨을 죽이고
초생달도 서둘러 돌아가니
마음 둘 곳 없어
미완未完의 연서戀書를 꺼내보네
고운 시선 주고받을 때
흑발黑髮 아래 임 붉은 뺨 수줍고
천지신명은 늘 웃어주면서
밤낮 꽃비로 홍수가 났었지
어째서 모르고 있었을까
임 웃음 뒤에 배신의 검광劍光이 빛나고
하룻밤 지나니 두 뺨 위로
원루怨淚가 홍수를 이룰 수 있음을
고택孤宅 위로 기러기 날지 않고
사철 비바람 휘몰아치는 소리에
살쩍은 얼마나 하얗게 변했는지 모르는데
밤마다 찬 이불 덮어야 하네
세상에 믿지 못할 게 인심人心이라
꽃 지고 북풍 불면
백년 정인情人은 뒤로하고
허망하게 금송아지 끌어 안네
아, 고금古今의 정이 어찌 다를 수 있을까
지난 날에는 화월花月 오르고
두 시선視線 한데 머물면
밤새 노랫소리 그치지 않았지
본래 희비喜悲는 새옹지마 같아서
비바람 뒤에 청천靑天이 오는 법이라
냉주冷酒 떨어지고 꽃 피면
화주火酒로 입술 적시며 크게 웃으리
- 창작일 : 2013.01.15.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