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부
- 여강 최재효
어린 시절 장맛비가 내리면
냇가로 달려가 물고기를 잡았지
아버지의 뜰채는 단단하여
가족들 밥상은 진미珍美로 가득했었네
가장家長이 되면서 다시 뜰채를 잡았네
아버지 피땀 어린 정성 덕분에
체면을 세울 수 있었고
식솔들 배 곯게한 적 없었지
지명知命이 넘도록
아버지 무체 유산으로 배를 채우고 있어도
나는 아이들에게
낚싯대 하나 선물하지 못했네
한 줌 황금에 목숨을 걸고
마약 같은 술병을 끌어 모으며
밤마다 지옥에 이르는 교성嬌聲 듣느라
아버지 뜰채를 훼손시키고 말았네
청운靑雲은 반쯤 흩어져 버렸어도
기적은 눈앞에 있는 듯 하여
소년은 반쯤 허리가 굽어졌지만
월척越尺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네
이제야 아버지 미소를 알 듯도 하네
뜰채로 적당히 고기를 잡고
아들의 방종放縱도 잡고
가끔은 수중월水中月도 건져보라는
- 창작일 : 2013.01.15. 22:00
[주] 1. 뜰채 - 싸리나무로 만든 고기잡는 어구
2. 지명 = 지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