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無生
- 도봉산 신선대 아래서 -
- 여강 최재효
신선대 오를 때마다 한숨이네
산을 닮고자 산에 오르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뱃속에 바람 들고
사람에 가까워져
당당히 고개를 들 수 없음이 너무나 서럽다네
동장군 수하手下들 숨어있는
무채색의 도봉산에 올라
계곡에 자취 감추니 시름이 더는 듯
박주薄酒와 오조烏鳥 곁에 있어
진정한 산인山人이 된 듯도 하네
오리무중 같은 반생의 뒤안길
자세히 보면 남긴 것은 눈 위에 발자국
험로에 태산 보다 높은 구업口業
찢어진 인연의 조각 몇 점
부끄러워 그 흔적의 생각을 깨끗하게 지우고 싶네
내 불철주야 산에 오르는 사연은
가장 가까이 산에 묻혀
흰 구름과 어울려 세상 잊고
크게 소리쳐 울고 싶어서 인데
오늘은 한잔 술에 취해 넋두리만 남기고 말았네
- 창작일 : 2012.3.11.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