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 쌓인 우이암 - 직촬
우이독경
- 도봉산 우이암에서 -
- 여강 최재효
백설이 분분한 도봉산에 오르네
오르고 또 오르면 청천靑天엔들 못 오르랴
앙상한 나무들은 합장한 채
바람을 빌어 독경讀經하는데
눈 큰 사내 길을 잃고 두리번거리네
삼라만상이 본래 스승인 것을
반평생 엉뚱한 곳을 헤매고 다닌 이 불경죄
얼마 전 늦봄, 생각한 바 있어 오늘도
찬밥 한 덩이 메고 천근千斤 몸뚱이 밀면서
만근萬斤 발걸음 하늘로 옮기네
여태껏 사람만 귀가 있는 줄 알았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사람만 귀가 없음을 알았다네
이 오만함을 어찌해야 할까
전에 없던 절벽이 자주 나타나 길을 막네
청풍에 귀를 씻으려 우이암에 올랐지만
돌덩이가 된 귀지를 털지 못해 가슴을 치네
한때는 소 잔등에 올라앉았어도
소를 보지 못했음이 한탄스러웠는데 이제는
독경의 바다에 들어도 그 뜻을 알지 못하네
- 창작일 : 2012.2.12.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