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회所懷
- 매월당을 뵙고 -
- 여강 최재효
한동안 교언巧言과 영색令色에
눈이 멀었나이다
용서하소서, 지천명이 되어서
마치 현몽現夢하 듯 임을 뵙습니다
이제야 흰 구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백 성상星霜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흐르고
또 다른 천년이 희미해져 갑니다
임의 탄식 태산이 되었고
백성 위한 근심 하해河海가 되었나이다
세월을 잊은 임의 부도탑 푸른 이끼
억만 년이 지난들 변함이 있으오리까
뽕나무 밭이 바다가 된다 한들
낙락장송 같은 임의 절개 꺾이겠나이까
허다한 세월이 무슨 상관이리요
해동에 계유년癸酉年 난亂이 또 있다면
임께서는 분연히 현신現身하시어
계수나무에 꽃이 피도록 도우소서
유하주流霞酒를 준비 못한 죄 용서하소서
이상국理想國도 눈 한번 질끈 감으면
꿈결 처럼 왔다 가거늘
계수나무 꽃잎 길가에 지천이게 하소서
- 창작일 : 2012.2.23. 11:00
부여 무량사에서
[주] 1.매월당(梅月堂)은 조선 세조 때 생육신인 김시습(1435~1493)의 호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문이며 사상가 이다.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 평생 초야에 은거하며 글로 세상을 조롱하였다. 세상을
떠돌다 59세에 충남 부여 무량사에서 임종을 맞이한다. 그의 영정은
무량사 영정각에 봉안되 있고, 그의 부도탑 역시 무량사에 있다. 조선
최초의 한문 소설인 금오신화(金鰲新話)와 매월당집 등을 남겼다.
2. 유하주 - 신선들이 마시는 술, 매월당은 생전에 도교사상에 깊이
심취해 있었다.
3. 계유년의 난 - 1453년 수양대군이 김종서, 황보 인 등 권신을 척살하고
권력을 잡은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