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中3
- 성남시 청계산 이수봉에서 -
- 여강 최재효
천지 경계 없는 겨울산 홀로 의연한데
길 잃은 사내
헛되이 하얀 발자국만 남겨놓고 한숨짓네
본래 온 길도 없고
돌아갈 길도 없거늘
덧없고 무기력한 존재감
우발적 시간의 산물
황망히 수많은 세월을 방랑한 뒤에도
노독路毒의 진한 갈증을 풀길이 없네
어떤 운명의 장난으로 말미암은 것일까
시계는 자주 멈추기를 반복하고
갑작스런 역풍逆風은 한번 뿐인
여정旅程의 궤도를 이탈시켰네
겨울산 한가운데 서서 청산靑山을 찾네
중턱에 복제된 백운白雲을 띄우고
한없이 바라보려니 눈물이 나네
남풍이 분다면 개화開花를 기대하련만
보이지 않는 거미줄에 걸려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나비인가
모호해진 행보行步에
냉주冷酒 한잔이 가슴을 덥힐 뿐이네
- 창작일 : 2012.2.5.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