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업口業
- 여강 최재효
까마득한 세월을 우주의 미아로
차가운 불(火)로
혹은 뜨거운 물질로
또는 미친바람으로 어쭙지않게 허공을 떠돌다
겨우 흙으로 빚은 사람이 되었네
단추를 잘못 꿴 죄로 백년 후
어느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백골로 뒹굴다가
한밤에 도깨비불이 될 수도 있겠고
생전에 요설夭說을 함부로 남발한 죄로
혹여 염왕閻王에게 혀를 쟁기질 당하는
처참한 업과業果도 있을지니
사람 입은 한 모금 양식만 들이고
전생轉生에 지은 죄를
묵묵히 참회하라고 준 천형天刑이나니
감히 하늘이 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리
화려한 사랑의 흔적도 없고
옥수玉手를 함부로 잡고
강제로 입을 맞춘 적이 없는 사내도
천지신명의 엉뚱한 시기猜忌로
눈물의 강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네
유구무언有口無言은 때에 따라서
황금일 수도
혹은 비수가 될 수도 있겠네
- 창작일 : 2012.1.21.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