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이야기
- 제5시집 ‘그대 하늘가’에 부쳐 -
- 여강 최재효
폐가廢家에 붙어있는 색 바랜 문패가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을 붙잡듯
그대가 내 시집을 넘길 때 마다
명상에 잠긴 그대 두 눈동자에
내 이름 석 자가 백 년 동안 각인되기를
내 이름 위에 그대 얼굴이 겹쳐져
오늘 혹은 내일
아니면 나 이승에서 흔적을 감춘 뒤라도
시詩가 살고 더불어 내가 산다면
나는 오랫동안 후회하지 않으리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처럼 살고
또는 죽었어도 산사람 같은
뚜렷하게 경계가 없어도 좋으니
그대 내 시집을 대하면
내 마음 여기 묻혀있다고 생각해주오
바람도 빠져날 갈 수없는
인연이라는 그물 속에서
우리는 억만년 숙명으로 이어졌나니
잠시의 서운함이나
오랜 기쁨은 인연의 소용돌이 속에서
치기稚氣라 할 수 있다오
그대 생시生時나 몽시夢時에서
내 소박한 시집을 대하면
동산 위로 오른 보름달처럼
나를 가슴으로 안고 오래 기억해주오
- 창작일 : 2012.1.19.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