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酎
- 여강 최재효
초저녁부터 양볼 달아오른
헌헌장부, 임을 마주하네
덩달아 기분 좋아진 사내
발가벗은 채 춤을 추며
몰아沒我에 들었는지 허허롭게 웃네
내가 있어 그대가 살고
그대가 살아 내가 죽네
살고 죽는 것은 여반장如反掌이라서
크게 신경 쓸게 없다네
'이보시게, 억만년 동안 생사를 반복하니
이제 이골이 날 때가 되지 않았는가
나는 그대가 참으로 안타까우이
그대는 맑은 허공에서 말없이 흐르고
나는 진흙탕에서 구르고 있으니
우리 서로 자리를 바꾸어
남은 세월 방탕하게 써 봄이 어떠한가
본시 그대나 나나 한 뿌리 아닌가
그게 싫다면 눈빛 고운 꽃 한 송이
옆에 앉히고 내 뼈와 살을 녹여 담근
명주溟酒로 수작이나 하는 게 어떠한가
요즘 침묵은
길가에 떨어진 개똥만도 못하이
- 창작일 : 2012.1.5. 00:10
[주] 酎 - 전국술 주(군물을 타지 아니한 진국의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