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꽃밭
- 운길산 수종사 가는 길에 -
- 여강 최재효
귀신에 홀린 듯 서둘러 산길을 밟네
하늘 가까울수록
과분한 복락에 차마 고개 들지 못하고
오로지 두 손만 모을 뿐이네
저 멀리 대지에 하얀 자상刺傷 남긴
두 강줄기 위로 뽀얗게 눈보라 일고
허기진 까마귀 허공을 빙빙 도는데
방향芳香에 머리 맑아 고개 드니
아, 엄동설풍에 꽃밭이어라
비구승 목탁 칠 때마다
하늘에서 만수화萬壽花 떨어지고
다향茶香 코끝에 스칠 때 마다
멍든 가슴에 상사화 곱게 피는데
연꽃 만발한 대웅전 지붕 위로
눈꽃 피어 파란 하늘로 날아오르네
내 생애의 험로險路에서
언제 이렇듯 꽃밭에 묻혀 볼까
백팔 배拜로 이마에 열꽃 피어오르자
임은 살포시 웃음꽃 보이시네
- 창작일 : 2012.1.29.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