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 7
- 여강 최재효
사랑이라고 명명命名한 알이 한개 있다
성급히 알을 낳은 암컷은 하루 종일
알을 품고 수컷은 암컷을 품으며 풍우를
막아냈다 하늘은 밤낮으로 숨을 죽이며
이상하게 조용했다
부화가 늦어지자 암컷은 초조해 했고
수컷은 우리를 비우기 시작하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지 않을 때도 있다
큰 기대는 갈등으로 이어지기 십상이고
눈물을 강요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등 돌리면 불구대천원수가 되는 일은
이 광대한 삼천대천에 허다하다
두 시선이 은은히 마주하지 않거나
천지신명의 안온安穩한 미소가 부족한 사랑
곧 죽음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테지
길가에 개똥처럼 흔한 사랑
상대의 뒤꿈치를 물어뜯는 21C 사랑
목숨과 기꺼이 바꾸려하지 않거나
조상 대대로 적선積善하지 않은 사랑은
허공에 메아리일 뿐이어라
암컷이 품고 있던 사랑이란 무정란은
낳기 전부터 썩고 있었다
- 창작일 : 2011.9.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