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행 . 1
- 북한산에 오르다 -
- 여강 최재효
275밀리 도장圖章을
강산이 서너 번 바뀐 뒤에 겨우 새겼다
팔 뻗으면 닿을 고향같은 청산
어찌 헛되이 세상을 헤매다가 이제 왔는가
등판에 소금 꽃 두세 번 핀 뒤에야
산은 손을 내밀었다
산새들이 아는 체 하자
청풍은 나를 태우고 산등성이로 달렸다
아, 하찮은 나그네에게
이리 환대를 하시다니
사람들은 아는 체도 하지 않고 지나쳤는데
문을 세 개 지나 준령을 넘자
나는 더 작아지고
길을 두 갈래로 갈라졌다
예토穢土로 내려가는 큰 길
정토淨土로 향하는 바위 틈 샛길
‘어디에 인연의 씨앗을 심어볼까’
임이 주신 감로수 한 병 비우고
겨우 한 사람 다닐 수 있는
서쪽으로 난 쓸쓸한 길을 택하였다
- 창작일 : 2011.9.4.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