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바퀴

by 여강 최재효 2011. 9. 9. 00:30

네모바퀴

- 여강 최재효

                  태초에 신은 인간을 비롯한 만상萬象에게
                  네모 바퀴만을 허용했었다
                  스스로의 꾐에 빠진 인간은
                  신의 둥근 마차 바퀴 모양을 훔쳐보고
                  흉내 내기 시작했다

                  엄청난 세월이 흐른 지금
                  인간은 서서히 죄의 대가를 받고 있다
                  시간과 공간이 좁아진 것이다
                  본래 사람의 수명은 하나의 별이 태어나
                  그 별이 사라질 때 까지였다

                  산 너머 마을에 마실 다녀오는데
                  예전에는 족히 서너 달은 걸렸었다
                  해와 달 그리고 뭍별들 조차
                  몰래 조물주의 마차 바퀴를 닮아가자
                  신의 노여움은 더 커지고 있다

                  이즈음에서 우리는 신체뿐만 아니라
                  탈것과 날것의 모든 바퀴들을
                  서둘러 네모 바퀴로 갈아 끼워야 한다
                  사람과 거리가 먼 둥근 바퀴는

피를 뿌리고 생명을 단축시키기 때문이다

둥굴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 창작일 : 2011.9.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