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 여강 최재효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방향을 잃고
파도와 사투를 벌이다 기력이 다하면
마지막으로 두 손 모으고
경건한 자세로 기도를 하면서
하늘의 눈치만 살펴야 할 것이다
부두에서 바다로 조금만 나가보면
격랑에 몸을 맡긴 채 정처 없이 떠다니는
부평초 같은 돛대가 무수히 보인다
대부분 제 스스로 텅 빈 바다에 들어와
남을 탓하거나 하늘을 원망하고 있다
귀를 틀어막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기치旗幟에 목을 매는 어리석음이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에
손금이 다 닳도록 밤낮으로 빌고 빌어도
돌아 앉은 하늘은 아무 말이 없을 것이다
동쪽 바다에 떠 있을 때 보다
서해에서 어정거릴 때가 슬퍼 보이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기약 없는 이별의 부두가
노을에 물들어 눈물을 쏟게 할 뿐
하늘은 끝까지 묵묵부답인 경우가 많다
- 창작일 : 2011.9.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