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을 빼다
- 여강 최재효
나무약사여래불
하나님 아버지, 아멘
저승사자 같은 바늘이 살갗을 뚫을 때마다
나는 몽롱해진다
낯설어 보이지 않는 노인이 허공에서 웃는다
병원에 갈 때마다
피도 가물어 뼈만 앙상한 나는
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생피를 뽑혀야 하는 걸까
자랑스러운 가문의 후손으로 태어나
또래 보다 빈번히 병원을 찾는다
아버지가 혹은 할아버지가
아니면 조물주가
내 몸에 독毒을 주입시켜 놓았을까
담금질로 내가 나를 이길 수 있을까
시험에 자주 든다고 넘을 수 있을까
아하, 그러고 보니 종합병원이 된 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삼한 명문거족名門巨族의 후예
- 창작일 : 2011.7.20. 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