岩子

by 여강 최재효 2011. 7. 11. 20:39

도봉산 만장봉

岩子

- 여강 최재효

                   곁에 두고 반생을 방황하며
                   찾아 헤맸던 임
                   바로 도봉산에서 홀연히 마주하는데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공손히 텁텁한 술을 올리네

                   수억 년을 벙어리로
                   장님 아닌 장님으로 혹은 귀머거리로
                   이곳에 이렇게 뿌리박고 앉아
                   수많은 발길에 채이고
                   옷깃 스쳐도 묵묵부답이셨지

                   예전에는 사람에게 가슴도 내보이고
                   손도 잡아주셨다는데
                   사바에 사람이 없는지 돌아앉으셨다네

                   이 성性스러운 태평세太平世에
                   부귀영화를 사양함이니
                   언제 다시 손을 내미실지 알 수가 없어라
                   산우山雨에 임의 얼굴 더욱 푸르러
                   산인山人은 부끄러워 얼굴 숙이고
                   마지막 잔을 따르네

- 창작일 : 2011.7.10. 16:00
도봉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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