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 여강 최재효
아라비아 숫자를 누르자 자물쇠가
주인을 반기면서 스르르 문을 열어주지
철새가 새끼 한배 치고 떠난 숲속 새집처럼
적막이 감도는 텅 빈 성城
막내아들이 대문에 들어서면
어머니는 맨발로 달려 나오셨지
도끄(Dog)는 꼬리를 흔들며 껑충거렸고
눈치 빠른 거위는 질세라 목청을 돋웠지
문전옥답 그림 같은 내 고향 떠나
나는 지금 어째서 소래포구에 있는 걸까
낯선 비린내 역겨운 분 냄새
사람 살아가는 땀 냄새
억지로 바닷가 사람이 되어가는 이방인
미성년을 탈출한 두 딸애들
마천루 속으로 무릉도원 찾아 떠나고
뒤늦게 미성년자가 된 중년은
미완의 옛 핑크빛 추억에 빠져
종종 일탈을 꿈꾸고
- 창작일 : 2011.8.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