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배
- 여강 최재효
다향에 취해 나루에 이르니
별들이 일렁이는
하늘 바다에 반달은 홀로 서럽네
별똥별 하얀 꽃가루로 흩날리고
짝잃은 바닷새 허공을 가르며
설풍은 얼굴을 찌르는 데
달빛 한 짐 실은 쪽배는 잘도 가네
만남은 봄밤의 희열이지만
별리別離는 늦가을 서리 같다네
병을 고친다기에 사랑하였다가
다정多情이
도리어 응어리가 되고 말았네
순풍에 몸 맡기고
잠시 꽃에 취했다가 눈을 뜨니
신선의 빈 배는
이미 서천 아득히 흘러가 버렸네
- 창작일 : 2010.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