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
- 여강 최재효
어디에 숨은들 속이 편하리
달도 이미 발자국이 찍혔고
남태평양 심연도 발가벗겨 졌으니
어딘들 불안하지 않을까
하루 세끼 진미珍味 대신
청수淸水를 마셔도
콜타르보다 시커먼 물이 속을 훑는다
십자가를 목에 걸어 보고
목탁을 들어 보아도
아침은 여전히 우중雨中에서 온다
나 하나로 인하여
지구가 더 무거워진 탓일까
너 하나 만으로도 충분한 걸
내가 눈치가 없던 것일까
도대체 어디로 가면 당당하게
내 탓이라고 크게 한번 외치고
속편하게 숨어 볼 수 있을까
- 창작일 : 2010.1.22. 23:00
[주] 탓 - 구실이나 핑계로 삼아 원망하거나
나무라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