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花
- 여강 최재효
山窓에 투영되는 뽀얀 눈빛
나무들이 하얗게 활활 타오르고
산새들도 뿌옇게 타는데
산속에 누이는 아무일 없을까
봄엔 백목련으로
여름엔 보랏빛 도라지꽃으로
바람 서늘한 가을엔 박꽃으로
홀로 수줍게 피고 지고
엄동에 붉은 꽃으로 다시 피던 누님
극락에 가시려면
산불을 많이 봐야 한다는 데
때마침 하얗게 산불을 질러대는
하늘이 고맙기도 하여라
임이 부르다만 소야곡은
별들이 고운 밤
허기진 소년이 대신 부르는데
눈밭 속 붉은 꽃이 밤새 아프게 하네
- 창작일 : 2010.1.9.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