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쌍
- 여강 최재효
남풍보다 북풍이 자주 불었지만
음양에 대한 신념에는 변함이 없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해도
횡보橫步로 일관하였다
정말로 게(蟹)가 되고 말았다
마주보고 걷는
직립보행과 직진이 오히려 어색하다
긴 장마는 오리무중으로 숨고
문명에 정비례하여
자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지상의 것들에게서
소년은 서서히 미련을 버리고 있다
수탉이 알을 낳고
암탉이 새벽을 깨우고 있다
소년이 아무리 세레나데를 불러도
요지경瑤池鏡에 정신 팔린 소녀는
창 밖을 내다보지 않는다
춘삼월 함께 심은 나무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 창작일 : 2009.12.18.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