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草 이야기
- 여강 최재효
난초를 가꾸게 될 일이
혹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그 고약한 까탈스러움
독야청청 하는 고고한 자태에는
어느 후덕한 인심을 지니고 있거나
인내심 많은 이나 가능하리라고
어떤 미련한 중생은 난초를 화분에만
심어놓고 공을 들이려 했다니
정말이지 난초가 웃을 일이로세
어느 날 우연히 난초가 예전부터
내 허파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음을
깨닫고 난 뒤부터 初心을 생각하게 되었지
잘못 새겨진 발자국들을 하나씩 지우면서
조용히 초록색 도화지 한 장 준비하고
어떤 그림을 예쁘게 그릴까 전전반측 하지
지금까지 무의미하게 떨어진 모래들을
다시 주워 담고 分秒를 재기로 하고 말이야
혹 모르겠어. 그 난초가 우담바라를 피울지
아니면 파리지옥으로 변해 무수한 악연을 쌓아
業의 굴레에서 돌고 돌지를
벌써 눈이 시려오네
햇살 고운 베란다와
활화산 같은 어느 어리석은 가슴에
난초가 開花하는 모습을
生에 단 한번만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에
2007. 12. 08.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