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동설
- 여강 최재효
오늘부터 地動說을 버리기로 했다
남들은 부인하겠지만
내 시선은 땅거미가 활개를 칠 때면
서녘에 고정된다
두레밥상만한 해는 헐떡거리며
제 한 몸 숨기기에 바쁘다
또 하루가 보태어지고
내 황금의 시간이 그만큼 삭제되었다
달이 나를 돌아가고
해도 내 키를 넘어 뛰어가면서
내 오염된 몸속을 관통한다
유년 때 보다
달과 해의 공전에 분명 가속이 붙었다
소년의 시계
중년의 고물시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집안에 가짜시계들을 모조리 떼어버리고
유년의 해시계를 걸어보련다
시침 분침이
항상 天動說에 고정되어 있는
늘 잠자는 시계를
2006. 10. 3.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