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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나부인(6)

* 창작공간/중편 - 관나부인

by 여강 최재효 2020. 2. 26. 13:28

본문

 

 

 

 

 

 

 

                본 소설은 고구려 제12대 중천태왕의 후궁 관나부인(貫那夫人)의 억울한 죽음을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창작되었습니다. 9부 정도 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감상 바랍니다.

 

                                                                                                                여강 최재효

 

 

 

 

 

 

 

                                                                    

 

 

 

 

 

 

 

 

                                                                                관나부인

 

 

 

                                                                                                                                                                                 - 여강 최재효

 

 

 

                                                                                                6

 

 

 사마의가 칭병(稱病)으로 위나라의 실권자 조상(曺爽)을 안심시킨 뒤에 *고

평릉(高平陵) 사변으로 정권을 잡았다. 현재의 위나라는 사실상 사마(司馬)씨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사마의가 죽고 그의 큰 아들 사마사(司馬師)가 위나

라의 실권자가 되었다.

 

 그는 위나라 왕실 사람들과 조정 중신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외부로 관

심을 돌리려 획책하였다. 그에게 고구려는 가장 만만한 침략의 대상이었다.

이미 관구검에 의해 고구려가 유린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고구려 조정에서는 위나라에서 곧 사신이 올 거라는 근거없는 소문이 난무

하는 가운데 태왕비 조차도 그 소문을 믿고 관희를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

회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기다리던 위나라 사신이 오지 않자 연나부(椽那部)

인사들은 초조해 했다.

 

 자신들이 사방에 붙여 놓은 벽서가 고구려 백성들에게 먹혀들지 않을 수 있

었다. 그런 와중에도 태왕은 계속해서 관희의 처소를 드나들면 태왕비를 무시

하는 태도를 이어나갔다.

 

* 고평릉 사변 –  진(晉)나라가 세워지게 되는 원인이 되는 사건. 서기 249년 사마의가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잡고 있던 조상과 그 일당을 처형한 사건.
 
 이에 태왕비는 명림어수와 연나부 고추가에게 특단의 조치를 주문하였다. 그

녀는 태왕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 위에서 고기를 구하려는 행동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며 즉각 다른 나부 소속 중신들과 태왕을 압박하도록 했

다. 그러나 태왕을 압박하려면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했다. 연나부 인사들은

위나라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들이 위나라의 사정에 정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분석해 본 결과 현재 위왕이 고구려에 사신을 파견할 상황이 아니었다.


 “폐하, 지금 위나라의 실권을 쥐고 있는 대장군 사마사와 그의 동생 사마소

(司馬昭)가 주변국들과 전쟁을 획책하려 한다는 첩보입니다. 속히 전군에 경

계령을 내리고 저들의 침입에 대비하셔야 합니다. 무지막지한 관구검의 악몽

이 다시 되살아날까 걱정입니다.”


 “고추가, 그게 정말이오? 짐도 사마사 형제들의 전횡을 듣고는 있었습니다만,

그들이 군사를 일으켜 우리 고구려를 침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

습니다.”


 연나부 고추가는 같은 소속의 장자들과 대전에 들어 태왕에게 전쟁 운운하며

조정의 분위기를 험악하게 몰아갔다. 마침 태왕은 5부 연맹 중신들과 국정을 논의하고 있던 차였다. 뜬금 없는 연나부 고추가의 발언에 연나부와 긴밀한 다른 노부 소속의 중신들도 고추가의 말에 동조하며, 태왕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청하였다. 


 ‘부왕때 일이 재현되면 안 된다. 위군이 쳐들어와 또 다시 왕성(王城)이 불타

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우리 고구려는 재기하기 힘들다. 그뿐 아니라 짐이 이제

즉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국력이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이일을 어찌 대비해야 한단 말인가?’


 “폐하, 속히 오부연맹의 군사들을 소집하여 전쟁에 대비하셔야 합니다. 사마

씨 형제들은 음흉한 위인들입니다.”
 “폐하, 연나부로 하여금 전쟁에 임할 군사들을 새로이 편제 시키고 철저히 대

비하소서. 한시가 급하옵니다.”


 “폐하, 위나라 대장군은 병법에 능하다 들었습니다. 속히 특단의 조치가 있어

야 합니다.”


 태왕은 갑작스러운 위나라 침범문제가 긴급한 현안으로 부각되자 정신이 없

었다. 평범한 국사는 뒤로하고 먼저 국난(國難)에 대배해야 했다. 그러나 아직

은 확인된 바 없는 연나부 고추가의 주장일 뿐이지만, 중신들은 고추가의 주장

에 동조하면서 태왕을 심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태왕도 위나라에서 사신이

올 것으로 믿고 있었다. 


 “짐은 국난이 닥치면 언제든지 병과(兵戈)를 들고 전장으로 나갈 각오가 되

어 있습니다. 국상, 패자(沛者), 주부(主簿), 우태(優台), 승(丞), 사자(使者),

조의(皂衣) 등은 즉시 전시 체제로 돌려 조정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

록 하고, 각부에서도 만약을 위해 군대를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태왕의 어명은 일상적인 것일 뿐 특단의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명림어수

는 *감환(感患) 기운이 있다며, 여러 날 조정에 출사하지 않았다. 그는 태왕을

강박할 강력한 수단을 찾기위해 잠시 장고에 돌입한 듯 문병(問病)오는 인사

들도 만나지 않았다. 그는 집에서 두문불출하고는 있었지만 수하들로부터

조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은밀하게 보고받고 있었다.


 태왕은 며칠째 명림어수가 조정에 등청하지 않자 불안하였다. 명림어수의 손

사실상 병권(兵權)이 쥐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5부의 장자들과 조정 중

신들도 태왕의 지시보다 국상의 지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상태에서 태왕도

그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최근들어 연나부 뿐만 아니라 다른 노부(奴部) 인사들도 명림어수와

가까이 지내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태왕은 그같은 정국의 기류를 파악하고

있는 터였다.

 

* 감환 – 감기

 

 “국상이 아프다하니 문병을 가야겠다. 채비하렷다.”   
 “폐하, 국상은 일개 신하일 뿐입니다. 그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백성들의 눈

이 있습니다. 기다리소서.”


 그러나 태왕은 측근들의 고언(苦言)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경호 인력을 대동

한 채 명림어수의 집으로 향했다. 이전에 그 어떤 태왕도 신하가 아프다하여 직

접 신하의 문병을 하러간 적이 없었다. 태왕의 행보는 파격에 가까운 처사였

다. 내관이 미리 국상의 집으로 달려가 태왕의 뜻을 전달하였다.


 “불민한 소신이 폐하를 뵙습니다.”
 명림어수는 거만하게도 누워서 태왕을 맞았다.

 

 곧 죽을병이 아닌 바에는 일어나 예를 갖추어야 했다. 그는 이마를 갈건(葛

巾)으로 두르고 정말로 중환자 행세를 하였다. 명림어수는 계속 누워있기가

어색한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의 동작으로 볼 때 전혀 아픈 사람 같지

않았다. 


 “국상의 병환이 이리 심한 줄 몰랐습니다. 짐이 진작 와봐야 하는데, 미안하

게 되었습니다.”  


 태왕은 명림어수의 손을 잡고 무안해 하였다. 태왕은 그에게 수행원이 들

고 온 약재(藥材)를 건넸다. 얼핏 봐서는 태왕과 신하의 입장이 뒤바뀐 듯 했다. 


 “그대들은 밖에 나가 있으시오.”


 눈치 없이 태왕을 따라 내실로 들어온 내관 일행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태왕

과 국상 명림어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내실에 두 사내의 숨소리만 가

득했다. 


 ‘오늘 내가 태왕을 상대로 승부수(勝負手)를 던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

면 우리 연나부는 관노부에게 예속될 수도 있다. 소비와 관희가 궁중에 웅크

리고 있는 한 연후(椽后)가 언제 태왕비의 자리에서 쫓겨날지 모른다. 태왕비

가 쫓겨나게 되면 그 다음은 내가 국상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고 연나부는

조정에서 별 볼일 없는 부족(部族)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명림어수가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우묵하게 들어간 그의 두

눈이 깜빡거렸다. 그동안 개인과 국가의 수많은 고비를 용케도 잘 극복한 훈

신(勳臣)의 얼굴이 오늘은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였다.


 “폐하, 소신의 감환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올리

겠습니다. 듣기거북하더라도 소신의 충언을 끝까지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짐은 나라를 걱정하는 국상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말씀도 좋으

니 괘념치마세요.”
 연불 태왕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명림어수를 안심시켰다.


 “폐하, 고구려는 팽창정책을 견지해야 합니다. 폐하께서 신에게 군권(軍權)

까지 하사하시어 소신은 불철주야 나라의 기강과 국력신장에 전력을 기울이

고 있습니다. 고구려는 사방이 적국(敵國)이라 한시도 정체하고 있으면 안 됩

니다. 내부의 힘을 한곳으로 결집하여 위나라를 정벌하고 서방으로 진출해야

고구려가 존속할 수 있습니다. 추모태왕 이래로 우리 고구려는 주변의 미개한

족방(族邦)들을 정벌하여 국토로 편입하였습니다.


 대학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濟家治國平天下)란 말이 있습니다. 제왕은

스스로 수양하여 덕을 갖추어 남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다스리는 수

기치인(修己治人)의 뜻을 갈파하고 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 관

노부의 여인을 후궁(後宮)에서 폐하거나 혹은 위나라로 보내고 정비인 태왕비

를 가까이 하셔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게

되는 법입니다.


 폐하는 차대태왕의 경우를 잘 아시지 않습니까? 차대태왕은 보위에 오르자

마자 충신이었던 우보 고복장(高福章)을 죽이고 태조태왕의 태자 막근(莫勤)

마저 죽인 후 왕권을 강화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횡포와 학정을 일삼아

백성들의 원성을 듣다가 결국 명림답부(明臨答夫)에게 시해당했습니다.

 

 민심은 곧 천심입니다. 백성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리 태왕이라 하더

라도 오래 가지 못합니다. 두 번 다시 벽서가 저자거리에 나붙는 일이 있으면

나라에 큰 변란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부디 소신의 충언을 저버리지 마십

시오.”


 명림어수의 말은 충언이 아니라 협박이었다. 태왕은 국상의 말을 듣고 현기

증을 느꼈는지 상체가 휘청거렸다. 태왕은 잠시 눈을 감고 최근에 벌어진 일

련의 일들을 상기해 보았다. 궁궐과 왕성(王城) 저자거리에 벽서가 나붙고 태

왕비의 관희에 대한 노골적인 질투가 있었다.

 

 태왕은 태왕비의 말을 아녀자의 시샘으로 치부하려 했다. 그러나 중신들과 국

상까지 관희를 내쫓으라고 하는 상황에 태왕은 더는 모르는 체할 수도 없는 입

장이었다. 


 “국상은 몸을 잘 돌보세요. 짐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폐하, 하의 걸왕(桀王)은 말희(妺喜)에게 현혹되었고, 은의 주왕(紂王)은 달

기(妲己)에게 미혹되어 음황을 일삼고 폭정을 일삼다가 나라를 말아 먹었습니

다. 오부의 장자들과 만백성들은 최근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을 잘 알고 있

습니다.”

 


 “국상의 충언을 짐은 깊이 새기겠습니다.”
 명림어수의 집을 방문했다가 뼈아픈 말을 듣고 돌아온 태왕은 고민에 빠졌다.

사흘간 대전에서 들어 앉아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술로 괴로운 심사를 달랬다.

관희와 태왕비 연씨는 태왕의 이상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러 가지 추측

만 할 뿐이었다. 태왕비는 태왕이 명림어수의 집을 다녀온 뒤로부터 두문불출

하는 태도를 무척 반기는 눈치였다.


 ‘폐하께서 관희 문제로 고민을 하시고 있음이야. 국정도 돌보지 않고 매일 술

로 보내고 있으니 조만간 무슨 결론을 내야겠어.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어.

지금이 기회야.’ 


 태왕비는 태왕이 분명 국상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심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술로 세월을 보내는 것 같아 조급증이 있었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마침 국상 명림어수가 자리를 털고 조정에 출사하면서 연나부 인사들

은 수시로 태왕비전으로 모여들었다.


 “국상,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합니다. 태왕이 하지 않으면 안 될 단 한방 말입

니다.”
 “소신도 그것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래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답니다.”             
 “태왕비님, 며칠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태왕비는 명림어수와 연나부 중신들에게 푸짐한 술상을 내리고 밤이 깊어

가는 줄 모르고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같은 시간에 관희는 왕태후인 소비의

처소를 찾아 불안한 심정을 달래고 있었다.

 

 소비는 요즘 돌아가는 조정의 상태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자신이 손자인 태왕

에게 직접 대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에 절망하였다. 태왕이 가는 곳에는 국상

이 심어놓은 새퉁이들과 연나부 중신들의 희번덕이는 눈들이 살벌한 광경을

만들어 냈다. 


 “태왕비와 국상이 우리 두 사람을 궁에서 내치라고 한다는구나. 특히 관희를

위왕에게 시집보내라고 한다는데, 큰일이다. 심성 약한 태왕이 덜컥 그들의 요

구를 들어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도 싫단다.”


 “왕태후님, 너무 걱정 마시어요. 폐하께서는 손부(孫婦)의 품에서 떠나기 쉽

지 않을 겁니다. 이제 겨우 남녀 간의 그윽한 사랑과 육정(肉情)의 묘미를 아시

게 된걸요. 그러나 페하께서 심성이 여려 걱정은 된답니다.”


 “내일쯤 관노부 장자들이 태왕을 알현할 것이야. 연나부가 아무리 조정에

서 힘을 쓴다지만 나와 관희가 버티고 있는 한 태왕이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

을 것이야. 내일은 내가 직접 관노부 장자들과 함께 대전에 들어 태왕을 만

날 것이야. 이대로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없다. 나는 태왕의 할미가 아니더

냐?”


 두 여인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조정의 기류를 감지는 하고 있지만 정작

태왕의 속마음을 파악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관희는 태왕이 자신에게 육체

적으로 단단히 예속된 상태라는 것을 믿고 있었다. 태왕의 육신뿐만 아니라

마음도 자신에게 속해 있다는 자만심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소비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는 것 같아 잠시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기분이었다. 나이가 들어 생기

는 망상이나 외로움이겠거니 했지만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향후 자신과 관희 그리고 관노부에 어떤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지 몰

라 근심스러운 반면에 관희는 철부지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였다. 두 여인이

다과를 들며 담소하고 있을 때 내실을 들락거리는 여아의 눈빛은 빛이 나고

있었다.

 

 여아는 두 여인이 나누는 이야기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바싹 긴장하며

기억해 두었다. 태왕비, 소비, 관희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궁인들은 숨이 막힐 듯 했다.              


 거의 매밀 밤마다 태왕과 관희의 정사(情事)를 훔쳐보며 희희낙락하던 여아와

몇몇 궁인들은 갑자기 태왕이 관희 처소를 찾지 않자 크게 실망하였다. 궁인들

사이에서도 태왕비와 관희의 사랑싸움에 태왕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

다면서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며 숨을 죽였다.


 “두 왕후님들 질투와 시기에 조만간 조정에서 피바람 부는 것 아닌가 몰라. 관

희님에게 아무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
 한 궁인이 주위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관희님 뒤에는 왕태후님이 계시잖아. 걱정할 것 없어.”
 “쉿-. 너희는 국상이 어떤 분인지 몰라서 그러니? 그분 눈 밖에 나면 태왕 이

외에는 그 누구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그분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어.

태왕 폐하도 국상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들었어.”


 궁인들이 모여 소곤거렸다. 그녀들은 조만간에 거대한 폭풍우가 한바탕 궁성

을 휩쓸고 갈 것 같은 예감을 감지하였지만 말을 아꼈다. 평양성의 밤이 깊었

지만 속이 편치 못한 자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태왕은 국상에게서 주지육림을 탐닉하다가 나라를 말아먹은 걸주(桀紂)의

이야기를 다시 상기하며 관희의 눈부신 육신과 애교(愛嬌)를 떠올렸다. 하지

만 중신들의 충언을 외면하고 그녀의 마법 같은 방술과 유희를 고집할 경우

자칫 자신도 차대태왕처럼 신하들의 손에 시해를 당하거나 폐위될 수도 있다

는 생각에 미치자 치를 떨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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