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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 속 물고기가 되다

* 창작공간/자작시 감상실 2

by 여강 최재효 2019. 2. 1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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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항 속 물고기가 되다



                                                                                                                                        - 여강 최재효





     귀중한 천부(天賦), 일억 년 쯤 된 화석처럼 변하고 있다
     대천을 향해 떠나 갈 막차 출발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역병으로 살처분 될 우공(牛公)의 심정을 헤아릴 것 같다


     신명은 사람, 날짐승, 바다생물을 평등하게 제조하였다
     다음 개벽이 오기 전에 저울 눈금은 한쪽으로 기울었다
     물 반 고기 반이던 바다, 곧 적막과 공허로 채워지리라    


     서울 마천루 숲속에 아프리카 하이에나들이 숨어 있다
     패자(敗者)가 승자의 식탁에 오르던 옛일 뇌리를 스친다
     동방견문록 풍문을 부정해도 광인 일기는 또 쓰이리라


     할아버지, 아버지를 낳으셨고 아버지는 자식을 보셨다 
     자식은 사람대신 관상어(觀賞魚)를 낳는 기적을 행한다
     늙은 시민 상당수는 이미 인면어(人面魚)로 성형하였다


     달이 구심력을 잃고 태양의 새 자식으로 거듭나려 한다
     땅 자전축은 흔들리고 북극은 동으로 90도 쯤 기우리라
     인류는 곧 막을 내리고 인어들이 신천지를 지배할 테지


     미처 수술하지 못한 빈자들, 정복자의 구미를 당기리라
     뉴기니 쿠카쿠카족 카니발(cannibal), 끝나지 않았다
     우물 속 개구리들이 악성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타임머신 설계도는 아인슈타인 뇌에서 사장되고 말았다
     하이에나를 세렝게티로 쫓아내고 어항을 깨뜨려야 한다
     신은 수수방관할 뿐, 시계를 반대로 돌리려하지 않는다



           - 2019. 2. 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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