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화(氷花)
- 여강 최재효
해 그림자 어린 물빛 창, 꽃이 소담스럽네
북국의 곤새 힘든 날갯짓 길게 이어져도
바람 꽃은 흔적도 없이 사그라질 테지
춘화를 그리던 이녁 몽도(夢道)를 걸었지
심중(心中)의 만화(萬花) 천지에 방창하여
시들어 질까봐 차마 잠자리 털기 어려웠네
성에꽃은 신기루 같아서 어찌할 수 없으나
심화(心花)는 목숨과 같아 지켜야 하나니
천길 높이 바람벽을 아니 오를 수 없어라
사계(四季)가 흔적 없이 자취를 감춰버렸네
붉은 눈꽃 슬픈 이야기는 전설이 될 테고
오색 꿈길도 이제는 예전 같지 않으리니
아, 인간의 만사(萬事)가 마음 밖에 있으니
험악한 세상 패거리로 나를 지탄하려 들어
끓어오르는 회포를 귀신과 풀어야 하리
북천(北天)에 별꽃이 활짝 피어날 무렵에
붕새 날개를 빌려 사방에 눈보라 날리고
얼음꽃 한송이 심연에 옮겨 심어야 하리
- 2019. 1. 11. [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