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膾炙)
- 여강 최재효
뼈마디 굵어지기 전, 늘 민물의 것들을 삼켰네
마디가 단단해진 뒤 바닷가에 엉성한 집 짓고
짠물을 마셔대니 속에서 반란이 끊이지 않았지
영화를 좇다 기이한 몸을 스스로 만들었으니
여강(驪江)의 물로 독소를 씻어내려 하는데
속없는 뭍새들 지탄하며 조소할까 두려워라
신명(神明)이 주신 황금은 거의 다 써버리고
나그네 빈손에 겨우 한 줌 남은 물화(物貨)는
진기 빠져버린 뼈마디와 검불 살쩍이 전부네
대대로 산에 터전 잡은 사람은 산나물 먹고
용손(龍孫)은 해조음 듣고 잠을 자야 하거늘
먹구름에 해가 빛을 잃어 옥석이 섞였다네
남쪽 향원(鄕園)에 꿀 흘러도 거두는 이 없네
귀먹은 초동(樵童) 분냄새 취해 벌써 떠났고
착한 급부(汲婦) 오색(五色)에 눈이 멀었어라
날 밝으면 남천(南天) 바라보며 두손 모으고
달 오르면 남성(南星) 헤며 멍든 가슴 치는데
어느 날, 이 몸 병질(病疾) 떨칠 수 있을까
손에 익은 곤어(鯤魚) 낚시 미련없이 버리고
고주(孤舟)에 탁주 싣고 향강(鄕江)을 노닐면
잠자던 구물(舊物) 노쇠한 옛벗 반겨주려나
- 2019. 1. 20. [23:45]
[주] 회자 -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림을 뜻하는 말. 본 글에서는 전원과 바닷가를
구별 하는 듯으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