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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나라 바닷가에(소서노 어하라 미추홀 도래기) - (끝)

* 창작공간/단편 - 남쪽나라 바닷가에

by 여강 최재효 2016. 11. 26. 14:34

본문

 

 

 

 

 

 

 

 

 

 

 

 

 

                                            

 

 

 

 

 

 

 

 

 

 

  

 

                       남쪽 하늘 바닷가에(終)

                                                  소서노 어하라 미추홀 도래기


 

 

 

                                                                                                                                                                        - 여강 최재효


 

 

 

 


                                                    4

 

 


 “비류야 어찌하면 좋으냐? 저러다 폭동이라도 일어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바닷물을 식수로

쓸 수도 없으니 이일을 어찌할꼬......”
 “어머니, 무슨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일곱 여덟 번 밤낮이 지나야 미추홀에

도착할 것 같은데요.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큰 사단이 날 것 같습니다. 제가 밤을 이용하여 별동

대를 이끌고 상륙하여 물을 구해보겠습니다. 허락하여 주세요.”


 “조심해야 한다. 이번에는 병사와 장정 등 천명을 이끌고 가거라. 오백 명은 전투 준비를 시켜라.

만약에 이국의 병사들과 마주치면 전투를 피할 수 없을 것이야.”


 “네에. 그리하겠습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식량도 점점 바닥을 보이자 소서노어하라는 애가 타기 시작하였

다. 애초에 일만명 분의 식량과 식수의 수량을 잘못 계산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생각 이상으로

바닷길은 험난하였다.  


 비류는 천 명의 병사를 이끌고 깊은 밤에 육지에 상륙하기 전에 온조에게 전서구(傳書鳩)를

날렸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도록 답신이 오지 않았다. 물이 부족한 배안의 사정은 아수라장이나

다름없었다. 비도 내리지 않았다. 비가 내리면 빗물이라도 받아 식수로 쓸 수 있지만 야속하게도

비는 내리지 않고 바람만 세차게 불었다. 온조로부터 소식이 없자 비류는 상륙을 강행하기로

하였다. 더 이상 지체하면 폭동이라도 일어날 상황이었다.


 “자, 나를 따르라.”
 구름이 밤하늘을 뒤덮어 밤기운이 음산했다. 천여 명의 별동대는 소리를 죽여가며 어딘지 모를

육지에 상륙을 시도하였다. 멀리 민가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기는 하였지만 해변을 지키는 병사나

사람은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별동대 가 불빛을 향해 가고 있을 때 갑자기 호각소리와 함께 섬광

(閃光)이 여기저기에서 번쩍거리며 함성이 들렸다. 부지불식간의 일이라 비류와 별동대는 우왕

좌왕하였다.


 “저놈들을 한 놈도 놓치지 말고 사살하라.”
 어둠속에서 군관의 우렁찬 목소리가 별동대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전사들은 앞장서라.”
 비류의 명령에 전투병사 오백 명이 앞장섰다. 그러나 정체를 모르는 군사들이 쏘아대는 불화살을

맞고 대부분의 비류 수하들은 전사하고 말았다.


 “빨리, 배로 도망쳐라.”
 심각한 상황을 눈치 챈 비류는 퇴각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불화살은 하늘을 환하게 밝히며 바닷

가로 도망치는 비류일행을 향해 날아들었다.
 “아아, 하늘이 우리를 버리는가 보다.”
 비류는 바닷가로 도망치며 뒤를 돌아보니 겨우 10여명의 장정들이 헐떡거리며 따르고 있었다.


 “저놈들은 살려 보내지 마라.”
 적 군관의 명령이 귓가를 스쳤다.  불화살 몇 대가 날아들더니 비류를 뒤따르던 장정들이 추풍낙

엽처럼 나가 떨어졌다.


 “아아, 하늘이시여, 이 비류를 살려주소서.”
 비류가 겨우 도망쳐 소서노어하라가 대기하고 있는 배에 올랐을 때 뒤따르던 장정은 겨우 한명

뿐이었다. 천여 명의 병사와 장정들이 모두 전사하고 말았다. 너무나 참담한 결과에 소서노어

하라와 대신들은 충격을 받고 할 말을 잃었다. 소서노어하라는 급히 뱃머리를 돌려 먼 바닷가로

나가라고 명령하였다. 비류가 이끄는 별동대 일천 명을 순식간에 사살(射殺)한 집단은 마한의

목지국 병사들이었다.


 “아아, 우리 군사와 장정들을 죽인 자들이 누구더냐? 그들이 우리 어하라국과 무슨 원한이 있기에

연유를 들어도 보지 않고 나의 병사들을 죽였단 말이더냐? 내 반드시, 반드시 그들의 정체를 밝혀내

고 철저히 응징하리라.”
 소서노어하라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울부짖었다.


 “어머니, 소자 살아 돌아와 송구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소자가 치밀하지 못해 이 같은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 소자를 벌하여 주십시오.”


 “어하라, 이번일은 비류왕자님에게 죄가 없습니다. 저자들은 마한 오십 사개 소국 중 한 소국이

분명합니다. 그들은 이미 우리가 접근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소신이 판단하기에는

사흘 전 낙랑국 군사들과 마찰이 있었을 때 낙랑국에서 이 지역을 통치하는 목지국의 신지(臣智)

나 견지(遣支) 혹은 험측(險側)에게 정보를 알려주어 우리 병사들과 장정들이 순식간에 당한 것이

분명하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달도 없는 이 야심한 시각에 저들이 어찌 우리의 동태를 알 수

있겠사옵니까.”
 대신 중 한 사람이 소서노어하라에게 고하였다.


 “비류는 듣거라.”
 “어머님. 하명하소서.”
 “장차, 우리가 나라를 세우거든 오늘의 일을 잊지 말고 반드시 목지국을 응징해야 한다. 물론 내가

앞장서서 이 철천지원수들을 모두 죽일 테지만 내가 못하면 너와 온조가 원수를 갚아야 한다.

알겠느냐.”


 “어머니, 소자 반드시 오늘 일을 기억하였다가 꼭 원수를 갚겠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온조에게서 소식이 없더냐?”
 “어머니, 온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듯 합니다.”
 “일이라고?”


 “전쟁터에서 빠른 속도로 소식을 주고받는 수단인 비둘기가 오지 않는 이유는 온조에게 무슨

사단이 났거나 비둘기를 누군가 잡아 가로챘을 경우 소식이 단절되옵니다.”
 ‘아아, 큰일이다. 온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는데......, 이일을 어쩐다.’
 “비류야, 비둘기를 다시 온조에게 보내거라. 이곳의 긴박한 상황을 빨리 전하거라. 온조가 걱정

이 된다.”


 “예, 어머니. 다시 전서구를 날리겠습니다.”
 소서노어하라는 원통한 분루(憤淚)가 마르기도 전에 온조를 걱정해야 했다. 남행 선단(船團)은

다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채 남쪽으로 항해를 시작하였다. 물을 구하러 나갔던 병사들과 장정

들이 몰살당하자 뒤따르며 불평불만을 토로하던 사람들은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인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이틀을 더 남쪽으로 항해하자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파도가 배를 통째로 집어 삼킬

듯 일었다.


 “닻을 내리고 깃발을 모두 거두어라. 배에 바닷물이 차면 빨리 물을 퍼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

면 배가 무거워져 침몰한다.”
 “비류와 대신들은 백성들의 안전에 철저를 기하고 행여 바람에 날려 바다에 빠지는 사람이 없

도록 하라.”

 


 “어하라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황해의 바다는 점점 더 사나워졌다. 배가 좌우로 기우뚱 거리자 사람들은 비명을 질러댔다. 대부

분의 일반 백성들은 배를 타본 경험이 없었다. 물이 없어 수일째 목이 말라 고통 받는 사람들은 사

나운 풍랑을 만나 배멀미를 하자 헛구역질을 해댔다.


 “아이고 사람 죽겠네. 어하라님, 우리를 살려주세요. 속이 뒤집혀 죽을 지경입니다. 아니고,

사람 죽네......”
 “어하라님, 저 좀 살려주세요. 먹은 것도 없는데 자꾸만 헛구역질을 합니다. 눈앞이 캄캄하여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요. 이러다 죽을 것 같아요. 살려주세요.”

 


 “어하라님, 살려주세요. 속이 뒤집혔어요.”
 후미를 따르던 오십 척의 배에 탄 백성들은 소서노어하라를 부르며 아우성이었지만 속수무책

이었다. 소서노어하라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기도를 하였다.


 “천지신명이시여, 마고할미여, 살려주소서. 저희 어하라국 백성들은 남삼한에 터전을 잡고

천년 대제국을 건설해야 합니다. 그런데 육지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바다에서 혼란에 빠져 있

습니다. 부디 저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소서노어하라가 간절히 기도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풍랑의 기세는 더욱 세차게 불어

댔다.


 “앗, 배가 부딪힌다. 배와 배 사이 간격을 유지하라.”
 큰 파도가 칠 때마다 배끼리 부딪히면서 배 머리부분이 깨지거나 중간에 구멍이 나기도 하였

다. 집채만 한 풍랑이 칠 때 배가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 같았다. 100여척의 배에 탄 군사들이

나 일반 백성들 모두 넋이 나가 그야말로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앗 배가 침몰한다. 모두 바다로 뛰어내려라. 빨리 뛰어내려야 산다.”
 “어하라, 어하라, 살려주세요.”
 “저 쪽 배도 침몰한다.”
 “사람 살려. 어하라 살려주세요.”
 대선단이 한데 엉켜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풍랑에 따라 춤을 추었다. 갑자기 태산같은

파도가 칠 때면 배 두 세척이 한쪽으로 뒤집혀 바다 속으로 침몰하기도 하였다.


 “아아, 마고신이시여, 천지신명이시여.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정녕 저희 어하라국을 버리

실 작정이십니까? 환웅님의 부하이신 풍백(風伯), 우사(雨師)님, 이제 노여움을 거두어 주

소서. 저희를 살려주소서.”


 “어머니, 위험합니다. 배 안으로 들어가세요.”
 춤추는 뱃머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울부짖는 소서노어라하를 비류가 만류하였지만 듣지

않았다.


 “내버려 둬라. 모두가 이 어미가 잘못하여 이런 일이 일어났다. 내버려둬. 배 여러 척이 바다

에 침몰하였다. 백성 수백 명이 모두 물귀신이 되었단 말이다. 아흐, 흐흐흐흐......”
 “어머니, 어머니의 탓이 아닙니다. 소자의 말을 들어주세요. 이러시다 바다에 떨어지십니다.”


 “나는 바다에 떨어져도 좋다. 나의 부덕(不德)으로 많은 백성들이 바다에 빠져 죽었는데 내가

살아서 무엇을 한단 말이냐.”
 “어머니. 어머니. 제발. 아흑-, 하늘님, 살려주세요.”
 비류는 바닷물에 흠뻑 젖어 몸부림치는 어머니 소서노어하라를 꼭 부둥켜안고 함께 울부

짖었다.


 “어하라, 왕자님, 어서 배안으로 피하소서. 풍랑이 너무 거세 자칫 바다로 추락하실까 우려되

옵니다. 어서, 어서 안으로 드소서. 길을 잘못 인도한 소신들이 바다에 빠져 죽겠나이다.”


 소서노어하라와 비류는 대신들의 간곡한 청에 배안으로 들었다. 선단 후미(後尾)의 배들은

파도의 출렁임에 따라 춤을 추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들려왔으나 바람

소리에 곧 묻히고 말았다. 비도 내리지 않는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도 가세하였다. 배와 배가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소서노어하라는 울면서 엎드려 천지신명과 마고할미께

살려달라고 기도하였다. 어하라의 기도 덕분인지 동이 틀 때 쯤 바람은 잠잠해 졌다.


 “비류와 대신들은 피해 상황을 파악하여라.”
 밤새 혼이 나간 소서노어하라는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머리는 산발(散髮)한 채 마치 미친

여자 같았다.
 “나의 백성들, 나의 백성들은 어찌되었느냐? 어서 파악하여라. 어서.”


 “어하라, 아룁니다. 간밤의 풍랑으로 배 열 두척이 침몰하였고 열네척은 심하게 부서졌습니

다. 바다에 빠진 백성들이 모두 천 여명 쯤 되옵니다. 또한 유실된 재물은 황금 십만 냥과 식량

천석, 병장기가 다수입니다.”


 “무어라? 천 여명? 그럼 지난번 물을 구하러 육지에 오르다 몰살당한 천명을 합치면 이천 여

명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희생되었다는 것이냐? 아아, 어떻게 이런 참담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하늘은 정녕 나를 버리신 것인가.”
 소서노어하라는 뱃머리에 서서 남쪽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머니, 하늘은 그 사람을 크게 쓰기 위하여 극심한 고통을 주어 시험을 한다고 들었습니

다. 이는 분명 하늘의 계시(啓示)이며, 암묵적으로 어머님을 신뢰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

난일은 빨리 잊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십시오. 그렇게 하는 것이 어머니 건강에 이롭고 어머

니를 따르는 살아남은 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입니다.”
 “하늘의 계시이며, 신뢰라. 하하하, 우하하하…….”


 “어머니.”
 소서노어하라는 반쯤 미치광이가 된 것 같았다. 하룻밤 사이에 사람이 완전히 변해 있었다.

비류와 대신들은 소서노어하라가 무서웠다. 머리칼은 번개에 맞은 것처럼 쭈뼛 서있었고

두 눈에서는 강한 살기(殺氣)가 뿜어져 나왔다. 바다도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했다. 사람들

은 저마다 바다를 향해 한마디씩 욕을 내뱉었다. 해가 중천에 오를 즈음 소서노는 남아 있는

배를 모두 가까이 모이게 하였다.


 “모두 들으시오.”
 붉은 갑옷을 입고 물소 뿔로 만든 강력한 쇠노(弩)를 어깨에 멘 소서노어하라는 침착한 소리

로 외쳤다. 마치 하늘에서 막 강림한 신장(神將)의 모습이었다. 


 “나 소서노는 간밤에 하늘의 계시를 들었습니다. 비록 풍랑으로 많은 백성들을 잃었지만

우리들이 뜻하는 바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제 마한의 우체모탁국에 이삼일 후면 도착합니

다. 나는 살아남은 칠 천여명을 이끌고 육지에 상륙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이제부터 나 소서노를 믿고 의지하십시오. 나를 의지하고 나를 따르는 자는

살아남을 것이나 나를 의심하는 자는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우체모탁국 미추홀에

상륙하여 잠시 심신을 추스른 다음 마고할미와 불두칠성에게 천제(天祭)를 지낼 것입니다.

나를 믿고 따르십시오. 당초 우리는 혈구진에 상륙하여 마한 주변국들의 정세를 파악하려

하였으나 곧바로 우체모탁국으로 갈 것입니다.”


 “어하라님 만세.”
 대신 중 한사람이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만세를 외치자 나머지 사람들 모두 따라하였

다.


 “소서노어하라님 만세.”
 “비류왕자님, 만세.”


 “우리들의 영도자 소서노어하라님 만세.”
 “어하라님, 만만세......”
 지난밤의 악몽을 씻어버린 소서노어하라와 대신들, 살아남은 백성들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

었다. 배 88척은 유유히 남쪽으로 순항하였다. 갈증을 견디다 못한 백성들 서너 명이 죽음을

맞이하였으나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또 사흘이 지나갔다. 찬란한 아침 해가 동녘에

서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저기 미추홀이다. 목적지가 보인다.”
 맨 앞에서 순항하던 사람들이 소리쳤다.


 “뭐라고, 미추홀이라고?”
 “어하라, 우체모탁국 미추홀이 보인답니다. 어서 뱃머리에 가셔서 미추홀을 살펴보소서.”
 “오오, 우리가 그리던 미추홀이더란 말이냐. 미-추-홀.”


 ‘아아, 천지신명이어, 마고할미시여. 고맙습니다. 저의 소원을 들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서노어하라의 양 볼을 타고 뜨거운 액체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어머니, 방금 온조 아우가 보낸 전서구가 왔습니다.”


 “오오, 그래? 온조가 살아 있었구나. 아아, 천지신명이시여, 마고할미님, 고맙습니다. 고맙습

니다. 전서구가 가져온 편지를 어서 읽어보아라. 어서.”


 “어머니, 온조 아우가 이끄는 일천의 기마병들이 우체모탁국을 다스리던 왕과 신지, 견지,

험측, 부례 등 우체모탁국 지도층을 모두 포로로 잡아두었답니다. 어머니와 저희들은 미추

홀에서 조금만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천혜의 포구가 있답니다. 그 포구는 춘추시대 노(魯)

나라와 제(濟)나라에 쫓기던 동이족 중 소씨(蘇氏) 성을 가진 사람들이 대거 상륙하여 사로

국(斯盧國)으로 진출한 곳이기도 하답니다.”


 “사로국이라면, 진한에서 가장 으뜸인 나라가 아니더냐? 듣기로는 북부여 황실의 여인 파소

(婆蘇)의 아들 박혁거세가 건국한 나라라고 하던데.”
 “어머니, 맞습니다. 파소가 소벌도리(蘇伐都利)의 지원으로 그의 아들 혁거세가 세운 나라가

사로국입니다. 소벌도리를 비롯한 많은 소씨 사람들이 그 포구를 통해 진한으로 진출하였습니다.”


 “소씨들이 들어온 곳이 그 포구가 맞는다면 이제 내가 왔으니 이름을 바꿔야하겠구나. 소(蘇)

자 대신 소(召)로 말이다.”


 “어머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미추홀도 얼마 후면 매소홀(買召忽)이란 이름으로 바뀌게 될

테지요. 어머님이 우체모탁국 왕에게 황금을 주고 전초기지를 사시게 되면 말입니다. 만약에

우리의 요구를 듣지 않으면 정복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온조 아우가 미리 손을 써서

우체모탁국을 접수하였으니 그럴 필요는 없을 테지요. 하하하하......”


 “그래도 미안하니 얼마의 돈은 줘야지.”
 “포구에 도착하였다. 병사들과 백성들은 천천히 하선하라.”
 소서노어하라 일행이 도착한 곳은 300여 년 전 소씨(蘇氏) 성을 가진 소씨족과 역시 노(魯)와

제(濟) 혹은 진(秦)나라의 정복 전쟁에 쫓겨 온 래이족(萊夷)족들이 대거 반도로 들어온 곳이었

다.


 “어머니, 저기 온조 아우와 기마대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아아, 온조야, 내 아들 온조야, 장하다. 이 어미는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너희 아비

우태님이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계실 것이다. 이제 이곳 포구를 통해 우리는 아리수 중심부로 진

출하여 천년 제국을 건설하자.”


 소서노어하라는 육로를 이용해 미리 도착하여 허약한 우체모탁국을 단숨에 무너뜨린 온조 일

행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포구에 상륙하였다. 상륙한 즉시 소너노어하라는 인근 산에 올라

마고할미와 북두칠성신에게 천제를 지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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