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필 때
- 여강 최재효
언제가 그 날이 될까
언젠가 그 날이 올까
언제나 그 날을 잊을 수 있을까
언제는 그 날이 올 테지
해마다 춘화春花를 기다리는 그 마음이여
결코 피울 수 없는 심사(心事)여
그래도 차마 잊지 못하는 어리석음이여
이제는 나 자신을 저주하는 객기여
만산萬山에 봄꽃이 방창方暢하거늘
뜰 앞에는 춘수春水가 넘치거늘
하물며 금침衾枕을 말해 무엇하랴
세상이 본 뜻대로라면 여여如如할 테지
사람은 누구나 본래 꽃으로 태어나지
꽃이 꽃을 알아보지 못하고 방황하네
한 평생 만화萬花와 눈을 맞추다가
한 번도 꽃하고 눈 맞춤을 못하고 말지
유년幼年이면 눈앞에 어리는 꽃들로 어지럽고
청년이면 말하는 꽃에 취하기도 하지
장년이면 오로지 꽃 한 송이만 알다가
홀로되고 나서 내가 꽃인 줄 알고 통곡하네
- 창작일 : 2016.4.26.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