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원(春怨)
- 여강 최재효
전령(傳令)이 산 너머에 납짝 엎드려 있네
아버님은 이때만 되면 늘 불콰하셨고
어머님은 하루 종일 이불을 뒤집어 쓰고 계셨지
봄꽃이 분분(紛紛)한 날이 지나야
두 분은 겨우 한숨을 토하고 가슴을 쓸어내셨다네
불사신 사령(使令)은 그 자식을 전염시켜 놓고
대낮부터 검은 손을 흔들어 대고 있네
사람들은 네가 죽어야 내가 살고
내가 살아야 네가 죽을 수 있다고 떠들어 대지
생사(生死)의 기로는 늘 같은 곳에 있었거늘...
겨우 산 하나 넘고 지경(地境)에 닿았다는 그대여
무시로 경계(境界)에 살면서 달관했다는 그대여
언제 한번 허공의 저 임을 똑바로 본적 있던가
인간계 춘하추동이나 천지의 사계(四季)가 같거늘
소년은 신명(神明)을 거슬러 늘 꽃 타령만 했으니
월하(月下)에 기러기 울음소리 근심으로 가득하니
삼경(三更) 고가(古家)에 탄식도 길어지는데
밤길에 뜻한 바 있어도 갈 수가 없네
어느 해가 내 시원(始原)을 찾아갈 날인가
납빛 얼굴에 차가운 월광(月光)만 천길 높이로 쌓이네
염문(艶聞)에 미혹되어 상청(上淸) 떠난 지 반백년
염부주(閻浮洲)는 이 몸 편히 누일 곳이 아닌지라
사철 눈비만 내려도 전전반측하는 딱한 신세라네
빈속에 수심(愁心)으로 가득한 타관 나그네
수줍은 동목(冬木)에 걸린 달은 나를 희롱하네
옛날 옛적에 여강(驪江)에 한 소년이 살았네
그 소년을 낳은 소녀는 이미 황강(黃江)을 건넜고
달뜨는 밤이면 크게 소리쳐 서로를 부른다네
어느 봄날 어머니 나를 낳으시고
철없는 소년은 진달래 흐드러지면 어머니를 찾고
- 창작일 : 2016.02.24. 02:30
[주] 상청 - 신선이 사는 하늘의 궁의 하나로 옥청(玉淸),
상청(上淸), 태청(太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