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을 아버님 곁에 모시고(2013.11.3)
夢中人(4)
- 여강 최재효
차가운 한밤 중에 잠을 깨니 초승달은 이미 지고
덜깬 잠에 희미한 모습만 오락가락하여라
찻잔에 더운물 붓고 마시려 하는데
영정(影幀) 속 어머니 불초(不肖)를 보고 계시네
이 태전 이맘때, 당신께서 국화향 진한 가을날
청마루 아버님 유택에 자리 마련하시고
자식들 오열 속에 수줍게 첫날밤 맞으셨는데
벌써 마음 적막하니 애잔한 이 심사를 어이하리오
지금쯤 아버님은 저 푸른 은하수에 견우(牽牛)되시어
밤낮으로 쟁기질에 손발이 모자라실 테고
어머니는 직녀(織女)로 환골(換骨)하시어
깊은밤 주안상 놓고 동방(洞房)에 불 밝히시리
사람은 사람이기에 언제나 사람다워야 하는데
다반사로 반수(反手)하는 요즘은 그 어느 때인가
잠시라도 눈을 감아보면 십년이 하루 보다 짧고
인생, 한 오백년이라는 말은 허망한 노래가락이었네
텅 빈 찻잔에 한기(寒氣) 가득 담기고
창 밖에 겨울 재촉하는 냉우(冷雨)는 쉬임없이 내리는데
안타까워라,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이여
모자(母子)의 뒤안길에 그리운 옛날의 반추(反芻)여
전후(前後) 시간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거늘
어머니는 나를 낳으시고 나는 수 없이 어머니를 뵙고
그렇게 백만겁(百萬劫) 쯤 지난 어느 꽃비 내리는 날
옛일이 꿈처럼 다시 펼쳐질 수 있을지니
- 창작일 : 2015.11.18. 01:35
[주] 청마루 - 필자의 부모님 유택이 있는 경기도
여주시 멱곡동에 있는 선영(先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