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가운데서
- 여강 최재효
허락도 없이 겨울이 왔다
지금 그 겨울이 깊은 잠에 빠져있다
사내도 병에 걸린 병아리 처럼 졸고 있다
겨울은 몹씨 지친 듯 하다
무겁게 내려 앉은 무채색의 하늘 아래
가벼운 발걸음들이 분주하다
겨울을 태우고 온 목마木馬는 담장 밑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동면에 들어 있다
사내의 손에 매서운 채찍이 들려 있지만
차마 쓰러진 목마에게 고함치지 못한다
목마는 곧 기운을 차릴거라 믿으며
사내는 목마를 외면하고 돌아선다
봄은 어디쯤 달려오고 있을까
천지를 달리던 청마靑馬는 어디로 간것일까
사내는 겨울과 등을 지려고 하지만
내심은 힘차게 채찍을 휘두르고 싶은 것이다
- 창작일 : 2015.1.14.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