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제
- 여강 최재효
인해人海 속에 숨어 지내니
잔벌레 날아들지 않아서 좋지만
내가 무어인無語人이 아님에
자주 가슴을 쳐야 하네
어찌해야 하는가
자꾸만 중심에서 멀어지니
내가 사는 곳이 조용해서 좋은데
차츰 희미해지는 만상萬象이 안타갑네
설풍雪風 불어오는 곳 어디인지
겨울 밤하늘에 기러기 떼만 날고
사창紗窓 사이로 찬바람 들어오는데
구름 속 반달은 오래도록 나올 줄 모르네
잡몽雜夢은 날로 많아져
하룻밤에 수십 번 잠에서 깨어
세상 온갖 근심 짊어진 듯 한숨 토하는데
뒷산에 짝 잃은 짐승들 밤새 울어대네
- 창작일 : 2015.1.10.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