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사 가는 길
- 여강 최재효
발길 닿는 대로 걷고 있다
프로스트의 오솔길도 아니고
석가釋迦의 고행 길은 더더욱 아닌
지극히 평범한 범인凡人의 길을 원했었다
두 눈을 부릅뜨고 걸어온 중년의 길이
잠시 졸고 있는 사이에 마음에서 천만리 떨어진
가시밭 한가운데를 힘겹게 지나고 있다
평생 길동무인 달은 늘 그 길이다
지천명 훨씬 지나 등 떼밀려 시작한 순례길
오염된 눈을 가리고 귀를 틀어막으며
가벼운 등에 만근의 바위를 짊어지고
본래의 내가 아닌 내가 가는 길은 너무 멀다
가을이 성숙해진 산길을 걷다가
생소하고 낯선 벽에 자주 가로막혀
나는 하루 종일 산속을 헤매고 다녀야 했다
나의 길은 보이지 않았다
예수의 길은 예수만 걸을 수 있고
부처의 길은 부처만 가는 길이다
누구든 남의 길을 걷고 싶다면
억만근의 생각을 훌훌 털고 나야 가능할 지니
- 창작일 : 2014.10.4. 14:00 계룡산 甲寺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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