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동학사
- 여강 최재효
가볍게 여기던 상사병이 깊어진 탓일까
중천中天이 환한데도 눈이 저절로 감겼다
눈을 감았어도 내 모든 감각은 한 곳으로 향하며
나의 둔한 육신을 채근하고 있었다
사하촌에 앉아 탁주 한 독 비우고
검푸른 계룡鷄龍 잔등에 올라탔다
가을산 정토淨土는 밤이슬에 촉촉이 젖어 있고
산짐승 울음소리에 무쇠 가슴이 녹아 내린다
한걸음인데도 반월이 서천西天을 가로지를 때
겨우 여래如來를 뵙다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서가모니불, 나무샤카무니불
南無Myself
나는 아직도 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나는 지금도 나를 찾아 헤매고 있다
나는 내일도 나를 찾아 방황하리니
내 이름이 번개처럼 지워지는 날이 두렵다
일 배, 이배, 삼배, 구배...... 百拜
뼈 마디마디에서 둔탁한 소음이 들렸다
반달이 슬며시 대웅전 안으로 훔쳐보고 있었다
나는 부처가 되었다. 몽중夢中이다
- 창작일 : 2014.10.3. 18:30 東鶴寺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