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에
- 여강 최재효
복伏날이면 복福을 받으려 한다
삼계蔘鷄를 목구멍으로 넘기며
연신 땀을 닦아낸다
무연無緣의 생명을 훔쳐 복을 받으려 한다
여러 골짜기에서 샘을 파고
무성한 수풀을 누비느라 지친
피골皮骨이 상접한 육신에
억지로 복을 채워 넣으려 기를 쓴다
내가 받을 복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나를 위한 것인가
옆사람을 위한 것인가
조상님을 위한 것일 수도 있겠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배를 두들겨 가며 강제로 복을 채운다
얼굴에 번지르한 기름띠가 퍼진다
그녀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 창작일 : 2014.7.18.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