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타다
- 2014 갑오년을 맞으며 -
- 여강 최재효
어릴 때 우리 곁에는 언제나 착한 죽마竹馬가 있었지
들로 산으로 내달릴 때 꼬마들을 태우고 달렸어
아이들 애마愛馬는 트로이 목마木馬보다 영리하고
알프스를 넘던 나폴레옹 군마軍馬보다 용감했었지
나이가 좀 들어 구레나룻이 나기 시작하면서
매정하게도 우리는 오랜 벗을 버려야 했어
대처에 나가보니 집채만 한 말들이 넘쳐났거든
그 중에서도 거대한 철마鐵馬가 우리를 유혹했지
이성을 사귀면서 우리들 욕심도 커지기 시작했어
우리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말이 필요했거든
당나귀도 타보고 노새도 몰아보았지만 늘 불편했지
미인美人들은 하늘을 나는 페가수스를 요구하더군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천지사방을 돌아다니며
천마天馬를 찾아다녔지만 어디에도 볼 수 없었지
우리는 간신히 유니콘을 구해 같이 타자고 했지만
가인佳人은 조랑말이라며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어
우리는 며칠 밤낮을 전전긍긍하며 굳게 맹서했어
진시황 무덤 속 토용마土俑馬 보다 강인하면서
페르세우스의 비마飛馬 보다 빠른 말을 구하겠다고
아마 올해 우리에게 용마龍馬를 타는 행운이 올 거야
- 창작일 : 2013.12.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