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少笑
- 여강 최재효
풍만한 달을 한번 보고 웃네
내일이면 녹아내릴 하얀 달을 그리며 우네
오랜 세월 길을 잃고 방황하는
늙은 소년의 갈지자걸음에 고개 숙이네
한때, 사랑만 믿고 불속에 뛰어들기고 하였고
정인情人의 붉은 미소에
모든 것을 건네주기도 하였건만
정작 자신에게 줄 것은 차가운 눈물뿐이네
쌓인 원망과 그리움 때문에
중년의 밤낮은 벌써 바뀌었고
야속한 세월도 이미 절반을 넘어섰지만
보여줄 것이 없어 빈손으로 하늘을 가려보네
염부주閻浮洲는 무연고의 이국異國
백천만겁 전세轉世를 돌고 돌며 바라던 곳은
삼천대천 동신승주東神勝洲 쯤 이었지
아득한 세월의 여정旅程을 다시 그려야하네
이 먼 곳에 발길 닿았을 때 환희였었지
맑은 천계天界를 올려다보니 마음이 무겁네
훗날 번뇌에 찌든 앙상한 뼈만 한짐 남기고
한번 웃고 번개처럼 어지러운 족적足跡을 지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