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名花
- 여강 최재효
동산에 봄꽃이 피었네
하늘에도 봄꽃이 만발하네
사람 발길 뜸한 언덕에
사철 시들지 않는 서러운 꽃이 조용히 피었네
옛임은 낮에 피는 꽃
소년은 밤에 수줍게 피는 꽃이라네
한 백년 시들지 않는 꽃이라 서럽고
밤이라 벌 나비가 오지 않아 쓸쓸하다네
반백년 동안 밤이슬을 머금었더니
사람들은 나를 꽃으로 여기지 않은 듯 하네
봄꽃은 제 모습을 보이려 애쓰지만
야화夜花는 누가 볼까 가슴 졸이지
누구나 한 오백년 지나면
세상에서 잊히게 마련이지
한 철 향기 없는 꽃으로 피느니
차라리 누천년 남몰래 피었다 조용히 지리
고운 이름이 있고
곁에 인연이 있어 한 나절 예쁜꽃이여
진세塵世에 있을 때
울 밑에 이름 없는 꽃으로 피어도 좋으리
[주] 無名花(없을 무, 이름 명, 꽃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