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月花
- 여강 최재효
백주白晝에 구름 병풍 뒤에서
곱게 단장한 가인佳人을 고대하였더니
청상靑裳으로 망각의 강 건너가신
목련꽃 내 큰누이가 서천西天에 곱게 피었네
진정 이승 곁에 저승 있고
거짓말 처럼 저승은 곧 이승과 단짝일지니
봄꽃은 여름꽃 피면 시들고
여름꽃 마르면 가을꽃에 억병臆病 든다네
우리 역시 한 백년 피어난 꽃의 운명이라
또 백년 지나면 흔적도 없고
이름 불러 주던 님도 사라지니
아득한 세월 지나 다시 피어나길 바랄 뿐이네
저님은 억만년 동안 차가운 허공을 돌며
두견새 우는 날 웃음꽃으로 피었다가
천둥새 울 때 이슬꽃으로 나오고
기러기 오면 이별꽃으로 바람에 날린다네
내 고운님들 인사도 없이 먼 길을 떠나가고
허망한 가슴에 상흔傷痕만 가득하여
이 밤에 나는 서러운 달맞이꽃으로 피어나
밤새워 그리운 몽혼夢魂들 불러내리라
- 창작일 : 2013.02.14.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