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차역
- 여강 최재효
눈을 감고 누워있는 여섯 시간 남짓
수백 대 야간 급행열차가 꼬리를 문다
내가 반백년 동안 성실한 고객이라는 이유로
철마는 내가 원하는 곳에 데려다 준다
지난밤 천마天馬는 250만 광년光年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에 데려다 주었고
오늘은 16만 광년 거리에 있는
마젤란 별무리에 가기로 약속하였다
꿈이 이루어 진 것이다
어린 시절 기차역은 오막살이 근처였으나
지금 내 기차역은 머리 위로 은하수가 흐르고
달빛이 천길 높이로 쌓인 강가에 있는데
나 홀로 손님이고 기관사이며 열차이기도 하다
유년의 꿈은 이루어졌으나
중년의 바람은 고도孤島가 보이지 않고
고운 미소가 사방에 널려있는 곳에
나의 마지막 기차역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차안此岸에서 볼 수 있을지...
- 창작일 : 2012.12.1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