破夢 3
- 여강 최재효
길 잃은 새 한 마리
새벽하늘을 갈지자로 날고 있습니다
동천東天에 헐벗은 조각달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웃습니다
하늘빛에 물든 긴 골목길을
한 나그네가 그림자도 없이 휘청댑니다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길 위에 핏방울이 점점 이어졌습니다
선몽善夢은 누구나 꿀 수 있고
악몽惡夢도 가능하겠지요
꿈이 없는 것 보다
하나라도 있다면 존재했다고 봐야겠지요
새가 어디론가 사라지자
사내는 허공을 향해 절규絶叫합니다
자신이 그간의 모든 꿈들에게
철저히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나 봅니다
[주] 破夢(깰 파, 꿈 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