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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타꽁쁠리(5)

* 창작공간/중편 - 페타꽁쁠리

by 여강 최재효 2012. 8. 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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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타꽁쁠리

  

 

 

                                                                                                                                                    - 여강 최재효

 

  

                                                                                      5

 

 

 

 J와 소주잔을 수 없이 부딪히면서 나는 그의 타인을 배려하는

멋진 품성(稟性)에 빠져들었다. 검정색 정장에 하얀 와이셔츠 붉

은색 넥타이 단정한 헤어스타일, 마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

다’에서 남자 주인공 레트 버틀러 역을 맡은 배우 클라크 게이블

내 앞에 앉아 있는 듯 했다.


 겉이 좋으면 다 좋다는 나의 오랜 습관에 따라 J는 나에게 혜성같

이 나타난 메시아가 될 인물로 보였다. J는 나에게 주식 관련한 질

문을 열 가지 정도 물어 보면서 나의 대답에 웃기도 하고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하면서 감정의 기복을 얼굴에 그대로 담아냈다. J의

타인의 말을 들어주는 태도는 타의 모범이 되고도 남을 듯 했다.


 J는 주식세계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하였다. 나는

 ‘투자가치(投資價値)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자멘 그레이엄이라고

말하자 그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느냐고 추가 질문을 했다.


 그는 1894년 미국 뉴욕 주에서 출생하여 컬럼비아대학을 졸업

하고 자산운용사의 파트너로 근무하며 1929년 월가(街)의 주식

폭락을 목격하였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가치지향의

투자원칙‘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라고 말하자, 나를 의미 심장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J는 나에게 추가로 ‘가치투자(價値投資)’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기업 가치를 구성하고 있는 업종, 시장지배력, 매출, 순이익, 배당,

산과 같은 요소가 변함이 없거나 더욱 좋아지는데 주식시장에서

그 가치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주식을 찾아내 투자하는

방식이라고 하자 J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대개의 개미들은 오늘

주식을 사면 당장 내일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한다면 그것

은 가치투자가 아니다.


 만약 그럴 경우 그것은 시간 흐름에 따른 가격변동에 투자하는 것

이고 효율적 시장가설에 맞서는 행위나 다름없다. 어쩌면 그런 행

위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할 수 있다.


 가치투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국의 워렌 버펫은 단기간의 주가

상승을 기대해서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은 시간이라는 위험요소와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으며, 기업의 내재가치를 보고 투자하

는 것만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기대할 수 있는 투자의 정석

라고 하였다. 망해가는 기업에 투자하지 말고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면 배당도 많이 주고 주가도 올라가서 좋은 수

익률을 올리게 될 것이다.


 가치투자의 대상 기업을 찾는데 왕도는 따로 없다. 매출과 이익

꾸준히 증가하는데 비하여 PER(Price Earnings Ratio ; 주가수익

비율) 저평가 되어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 보유하고 있는 자

산에 비해 PBR(Price Book-Value Ratio ; 주가순자산비율)이 저

평가 되어 주가가 낮은 기업, 기업 브랜드가 잘 알려진 기업, 경쟁

에서 이겨서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기업, 이익을 주주들과 공유하는

기업이 발행한 주식이 바로 가치주이다.


 나의 설명에 J는 중간 중간 맞장구를 치면서 나의 말에 적극 동

조하는 듯 했다. 우리는 주식의 가치투자를 매개로 우정을 나눈

십년지기 같았다. 그러나 J는 애널리스트들의 기술적 분석은 그들

이 신(神)이 아닌 이상 맹신(盲信)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주가우리나라의 경제가 활황이어서 앞으로 10년 또는 20년 동

안 지속적으로 고도성장을 지속한다면 모르겠지만, 나스닥이나 상

하이 또는 도쿄의 증시 등락에 따라 하루아침에 요동치는 코스피나

스닥 상장주는 리스크가 항상 잔존(殘存)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결국은 내가 어느 우량기업에 자본을 투자하건 투기를 하건 모든

것은 나 자신의 통찰과 결정에 따라 눈물과 웃음이 교차한다는 것이

다. 주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워렌 버펫(W. E. Buffett)

이나 존 템플턴경(卿)(J. Templeton Sir) 혹은 피터린터(P. Lynch),

조지 소로스(G. Soros)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름이 인구에 회자(膾炙)되기 까지 그들 역시 수많은

착오와 남모를 눈물과 한숨이 있으리라. 전세계 수천만 투자자들 사이

에서 그들은 신과 같은 존재로 존경받고 있으며, 그들의 성공담은 곧 수

천만 개미들의 꿈이요 희망이 되고 있다. 일확천금을 꿈꾸다 종자돈을

모두 잃고 패가망신하여 가족과 주변 지인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수많

은 실패자들의 슬픈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투기꾼들은 실패담을 고의로 듣지 않으려고 하는 속성이 있다. 자신

도 언젠가는 워렌 버펫 처럼 주식으로 우뚝 설 날이 있다고 스스로를

자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J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허심

탄회하게 주식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속내를 모두 보여 주었다. 우리

는 자리를 옮겨 꽤 고급스러운 룸살롱으로 자리를 잡았다. 30중반의

요염한 마담은 J를 보자 반색을 하며 J의 뺨키스를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우리는 마담의 안내로 으리으리한 방으로 들어갔다. 메을 보니

고급 양주 한병이 70만원 훨씬 넘었다. 나는 눈을 의심하고 몇 번을

들여다보았지만 틀림없는 가격이었다. 마담이 나가자 20대 초반의

아가씨 두 명이 들어왔다. J를 보자 아가씨들 역시 무척 반가워하

 J의 품을 파고들었다. 잠시 후 한 아가씨가 내 옆으로 와 앉았다.


 정신이 몽롱할 정도의 미모를 지닌 아가씨가 내 몸에 바싹 다가와

앉으니 내가 마치 왕자가 된 기분이었다. 술잔이 춤을 추고 아름다운

아가씨들의 달콤한 속삭임과 은은한 음악이 금방 분위기를 후끈

아오르게 했다. 한 아가씨들이 밴드에 맞춰 노래를 부르자 다른 아가

씨는 거의 나신(裸身)이 된 상태로 요염한 춤을 추었다. J는 능숙하

게 춤추는 아가씨 허리를 잡고 홀 안을 돌았다.


 J와 아가씨의 양극과 음극이 예약이라도 한 듯 찰싹 달라붙어 뜨겁

비벼대고 있었다. 여인의 허리가 뒤로 젖혀지기도 하고 J를 꽉 끌

어안고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 아가씨의 신음

과 음악 소리가 어울려 묘한 광경을 연출하였다.


 난 그 아가씨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에 나오는 여배

우 ‘비비안 리'아닌가 의심했다. 역시 돈 많은 사람은 노는 스타일

도 다르고 마시는 술도 범인(凡人)과 달랐다. 돈이 인격을 만들고 사

랑을 만들고 천국과 지옥을 드나들게 하는 티켓을 살 수 있게 하였다.


 나는 노래하는 아가씨의 손에 이끌려 나가 엉거주춤을 추며 분위기

에 적응하려고 애썼다. 춤에 이어 J가 아가씨들을 향해 이상한 손짓을

하자 두 아가씨는 전라(全裸)로 요염한 엉덩이를 돌리며 빠른 템포의

밴드 반주에 맞춰 아찔한 춤을 추었다. 나는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

고 간신히 술잔과 물 잔을 번갈아 마시며 속을 달래야 했다. 화려한

테이블에 빈 양주병이 뒹굴었다.


 그렇게 서너 시간이 꿈결처럼 흘렀다. J와 나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J는 아가씨와 밴드를 내보내고 조용히 술을 마시자고 했다. 마담이

가져온 차가운 물수건으로 몸을 식히고 나자 J는 정색을 하며, 나에게

중대한 투자정보를 알려 주겠다고 하였다.


 자신과 마음이 맡는 투자자가 서너 명이 있는데 그들과 가끔 주가

를 조작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는다고 하였다. 나는 그제야 J가 작전

세력을 만들어 활동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이 아닌

이상 개미들이 주식으로 정상적인 방법으로 큰 이익을 올린다는 것

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하였다.


 J의 주가조작방법은 간단했다. 주식시장에서 건실한 기업임에도

개미들에게 저평가 된 G기업을 찾아내어 주식시장에서 고수로 알

려진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의 이름을 빌려 증권사나 금융권에

서 불법으로 수집한 전국의 수백만 경제활동 인구의 이메일이나

휴대전화번호를 두 집단으로 나누어 G사의 주가가 긴 횡보세(橫步

勢)에서 탈출하여 곧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측된다는 내용과 그 반

대의 내용을 발송한다.


G사 주가가 정말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 작전세력들은 저가의

G사 주식을 관망하며 여러 차례 걸쳐 대량으로 매수할 준비를 한다.

일정한 기간을 두고 이전에 예측이 맞는 문자나 이메일을 받은 수백

만 명을 다시 두 집단으로 갈라 한 집단에게는 G사의 주가가 계속해

서 상승세를 유지할거라는 내용을 또 른 집단에게는 잠시 경기과

열로 조정기에 접어들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내용발송한다.


 확률은 어차피 50대 50이니 크게 신경 쓸 것 없다. 또 다시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뒤에 이전에 현재 주가상황이 맞는 문자나 이메일을

받은 사람들에게 G사 주가가 계속상한선을 유지하게 될 거라는 기

술 분석과 정반대의 내용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문자나 이메일을 보

낸다.


 이번에도 예측이 들어맞은 문자나 이메일을 받은 개미들은 자신들

받아본 기술적 분석을 맹신하게 되며 곧 입소문을 타고 G사의 주가

는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그때 작전세력들은 G사의 주식을 헐값

에 매수한다. 순식간에 거품이 낀 G사의 주식은 G사 운영진들도 영문

을 모르지만 대다수 탐욕에 눈먼 투기꾼들은 지옥으로 달려가는 마

차를 타지 못할까 안달하면서 G사 주식에 몰방하거나 상당액의 자금

을 쏟아 붓게 된다.


 작전세력들은  주가가 최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하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아 치워 어마어마한 수익을 얻는 것이다. 다른 대

다수의 개미들은 아직도 비극상황을  눈치 채지 못한 채 돈 보따리를

안고 지옥행 특급열차를 타려고 아우성이다. 나는 J의 계획을 듣고 그

한 작전이라고 속으로 감탄하였다.


 J는 나에게 일생일대의 일확천금 기회을 잡아 보라고 했다. 자기가

선정하여 곧 작전을 펼칠 G사의 주식에 몰빵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

하였다. G사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 온 제약회사로 PER

(주가수익률)과 PBR(주가순자산비율)등에 비해 너무 저평가되어 있으

며, 지난 6개월 동안 25,000원과 30,000원 사이에서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면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강력한 모멘텀(Mometum ; 계

기)만 작용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이라고 했다.


 J가 마담을 부르며 추종자들을 오라고 하자 30분도 안 되어 자신을

따르는 작전세력들이 모여들었다. 모두 4,50십을 바라보는 중년들로

까지 포함해 열 명이었다. J는 나에게 자신의 추종자들을 일일이 소

개하면서 그들에게 나를 주식시장에 혜성같이 등장한 슈퍼개미라

고 소개하였다.


 J는 즉석에서 G사의 주가를 대상으로 작전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상

세한 기본분석과 시술분석 내용 자료를 공개하며 즉석에서 작전회의

를 열었다. 주식시장에 G사가 곧 인간의 수명을 배로 늘려줄 수 있는

신약을 개발 중이라는 소문을 내라면서 각자에게 지역을 할당하고 소

문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J는 나에게도 역할을 주었다. J는 나의 의견도 들어보지 않고 나를

작전세력으로 영입한것이다. 나는 얼떨결에 J가 주도하는 작전세력

의 일원이 되었다. 분위기상 나는 거절할 수 없었다. 또한 J의 누워

서 떡 먹기식 주식 투기에 나는 이성이 마비되어 곧 대박을 터트

수 있다는 꿈에 젖어 있었다. 나의 속을 꿰뚫은 J에게 속으로 무한한

신뢰와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다음날부터 나는 J의 개인 사무실로 매일같이 출근하다시피 했다.

J와 그 추종세력들은 나를 정중히 대하며 친형제 처럼 대해주었다.

이미 1차로 수백만 명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한 집단에게는 G사의 대박을 예고하는 유명 애널리스트의 G사 주가

기술분석을 또 한 집단에게는 G사 주가의 하락을 예고하는 기술

석을 발송하였다고 했다.


 나는 G사의 대박을 예측한 기술 분석 내용을 읽어 보았다. 작전세

력에게 매수된 애널리스트의 G사에 대한 기술분석은 그럴듯한 미사

여구와 함께 마치 애널리스트는 미래를 확실히 예견하는 전지전능한

신이 되어 있었다.


 네 차례 걸쳐 발송한 문자와 이메일의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한 반

응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J는 나와 추종세력들을 불러 모아 임시

작전회의를 열었다. J는 G사 주식의 일일차트를 보여주며 이동평균

선상에서 일주일간의 주가 움직임을 보여 주는 5일선과 투자자들

절대적 신뢰를 얻고 있어 심리선 또는 생명선이라 불리는 20일선이

강력한 지지선(支持線) 역할을 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을 설명

하였다.


아울러 J는 주가가 20일선에 근접하였으므로 각자 최대의 자금을

몰방하라고 부추겼다. 나는 J를 제2의 워렌 버펫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가지고 있던 자금의 4/5를 투자하였다. 그러나 일주일 뒤에

 G사의 주가가 갑자기 20일선을 하회(下廻)하기 시작하자 J추종자

들은 술렁거렸다.


 그러나 J는 G사 주가가 강력한 상승세에 대한 일시적 저항선의

형성으로 잠시 조정국면에 접어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추종세력

들을 안심시켰다. 3일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G사의 주가가 5일선,

20일선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갖고 있던 자금을

모두 G사 주식 추가매에 쏟아 부었다. G사의 일간차트에는 긴

양봉이 매일같이 그려지면서 전날의 종가(終價)를 갈아 치웠다.


 나는 하루 세끼 식사를 하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잠을 잘 수도 없

었다. 벤츠를 타고 다니며 벤처사업에 뛰어든 사업가가 그려지기

도 하고, 그동안 나를 하대(下待)하던 주변 사람들에게 통쾌한 복

수를 하는 꿈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차트에서 G사의 상승추세선은

30이상 계속 가파르게 오르며 떨어질 줄 몰랐다.


40일 만에 G사의 주가는 10배 이상 뛰었다. 증권사마다 G사의

주식을 사고자하는 매수주문이 쇄도하였지만 살 수 없었다. 우리

꿈속에서 망상의 나래를 펼치며 매도시기를 점치고 있었다. J는

작전세력을 소집하더니 각자 투자한 내역을 보고받고 거래계좌 및

비밀번호 등 전반적인 사항을 체크하였다. 나는 J를 하나님처럼 믿

고 있었다.


 J는 우리 모두는 한배를 탔으니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고 하며, 추종세력들에게 절대 흔들리지 말것을 주문하였다.

 J는 나를 비롯한 추종세력들에게 조만간 매도 타이밍을 잡으면

회의를 다시 소집할거라며, 연락이 갈 때까지 각자 집에서 쉬고

있으라고였다. 나는 그동안 찾아뵙지 못한 고향의 어머

찾아뵙기로 하였다.


 너무 오랜만에 찾아뵙는 불효자식의 인사에 어머니는 잔잔한

미소로 화답하였다. 나는 고향에서 수시로 동료들에게 전화로

현재의 G사 주가상황과 안부를 물었다. 동료들은 걱정하지 말고

고향에서 푹 쉬고 오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고향에는 컴퓨터가

없어서 나는 동료들이 전해주는 소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머니와 형제들에게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며 약간의

언질을 주기도 하고, 어린 조카들에게 지갑에서 집히는 대로 용

을 주기도 하였다. 나는 어머니와 형제자매, 사촌 형님들을 읍내

좋은 식당으로 초대하여 오랜만에 연회를 열기도 하였다. 어머니

와 형님들은 내가 크게 성공한 것으로 알고 나에게 술잔을 건네

며 치하를 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사흘을 고향에서 머물고 서울로 올라와 다음날 J의 사무실

출근하였다. 그런데 J사무실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나는 이

상한 느낌이 들어 J에게 휴대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고객

의 사정으로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이동통신사의 안내 멘트만 수

화기에서 흘러나왔다.


 빌딩 경비원에게 물어도 며칠 전부터 사무실 문이 닫혀있는데 자

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하였다. 나는 동료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

었지만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겨우 세 명이 전화를 받았는데

그들도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3,4일 일정으로  부부동반 여행을 다

오거나 고향에 다녀왔는데 J의 사무실에 와보니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J와 전화를 받지 않는 다른 동료들에게 안부 겸 현재 어디며

G사 주가는 어찌되어 가고 있느냐고 그들 휴대전화에 문자를 보냈

다. 나는 집에 가서도 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들어 계속 J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나는 HTS를 켜고

 G사 일일 차트를 체크하였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불과 며칠

사이에 G사의 평균이동선 중 5일선과 20일선이 급강하하는 국면

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얼른 계좌를 조회해 보았다. 그리고 나는

숨이 턱턱 막혀 손이 벌벌 떨리며 ,세상 모든 게 하얗게 보였다.

 내가 한숨을 푹푹 내쉬며 술잔을 비우고 창밖을 바라보자 대현과

혜진은 마른침을 넘기며 그 다음 어떻게 되었느냐고 재촉하였다.

의 지난 이야기를 하는 내내 나는 목이 메기도 하고 눈물이 흘러

중간 중간 복받치는 감정을 통제해야 했다.


이 순간에 고향의 노모(老母)는 정화수(井華水)를 떠놓고 천지신

명에게 불효자식의 성공을 빌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

다. 머리에 백설을 가득 이고 계신 어머니의 잔잔한 미소가 떠오르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내 육신에게 지상 최고의 고통을 맛

보게 해주고 싶었다. 혜진은 소리 없이 눈물을 닦고 있는 나에게

수건을 건네고 시원한 맥주를 따라 주었다.


 이제는 천번개가 제법 매섭게 치면서 파도도 무서운 기세로 육

지를 향해 달려들면서 철썩거렸다. 차안(此岸)에서의 아름답고 후

회없는 마지막 밤을 준비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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