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 여강 최재효
만남은 곧 이별을 위한 것일 테고
이별은 머지않아
위대한 부활을 위한 것일지니
어찌 함부로 가벼이 흐느낄 수 있을까
잔설 속에 매화 떨어 질 때
엷은 국화향기에 도취되어
붉은 뺨에 눈물 맺힌
가엾은 한 소년의 상사몽을 보았지
기쁨의 탄성은 잠시지만
비통한 탄식은 저승까지 간다지
눈치 없는 고우故友들 소녀를 말할 때
소년의 가슴은 타들어 갔고
소녀가 소년은 지명했을 때 처럼
소년은 말 없이 빈 잔을 만지작거렸지
찬바람에 매미소리 끊기고
여름꽃 시들어 가는 가을 초입에 서서
아름다운 봄날을 그리는 한 사내
한 여름 내내 품은 알이 부화되지 않을까
전전반측하는 어떤 소년의 가을밤
- 창작일 : 2011.9.19. 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