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 여강 최재효
마음을 잃어 눈에 먼지만 쌓이고
세월은 헛되어 손발 머리를 키웠다
잘 길들여진 사유思惟들은 단단해져
허공에 가벼운 혀들만 잔뜩 걸어 놓았다
말씀은 그냥 말씀일 뿐이라고 해야 할 것을
달착지근한 감로수라고 믿었고
나를 죽이는 보도寶刀로 숭배하였다
입에서 그럴듯 한 복음이 씹히면
곧 소금이나 등불이 보일 거라 환호했다
누워서 떡 먹는 일이 잦아지면서
환상적인 말들이 더 나를 잡아끌기도 하고
가슴 아팠던 말들의 상처가 치유되어
스스로 돕는 자라고 묘한 상상이 넘실댔다
아, 남의 손을 빌어 하늘의 별을 따려했던
어두운 기억 저편에 수인囚人이 된 현실
소금밭에 앉아서 물을 찾아야 했던 참으로
기쁘면서 슬펐던 하찮은 이력들
세상만사가 식은 죽 먹듯 가볍다면
누가 불佛이 되고자 미련없이 평생을 버릴까
춤추는 불不의 바다에서 불佛을 흉내 내려
여기 반쯤 미친
불목하니 아닌 불목하니
- 창작일 : 2011.8.28. 15:00
국녕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