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酒
- 여강 최재효
술을 모르는 자와 대면하지 않으리
초저녁부터 꽃술 한 동이 얻어
빗물을 안주 삼고 천둥소리 권주가 삼아
홀로 희희낙락하네
거리에 인해人海의 파도 거칠지만
정작 잔 건넬 상대 보이지 않네
천상의 내임은 달포 넘도록
발자국 소리 조차 들을 수 없고
강 건너 임도 오리무중이어라
창문 열면 날카로운 바람소리뿐
밤 늦도록 독배毒杯를 잡고
신발이 다 닳도록 꿈길을 걷네
눈먼 황금을 사랑하느니
오늘밤 주천酒泉에 빠져 죽더라도
조상이 내린 무명의 이름 석자 결코
더럽히는 일 없으리
저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자는
현묘한 수작의 즐거음을 모르고
헛것에 미혹되어 음부陰部에 몸 뉘이니
어찌 미주美酒의 도를 알까
내 홍진紅塵에 아무 흔적 남기지 않고
그럴듯한 주지酒池를 만들어
조각배 한 척 띄워 가인佳人과 수작하며
구름처럼 비처럼 살리라
- 창작일 : 2011.8.16.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