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세한도歲寒圖
- 여강 최재효
만년설 낙락장송 두어 그루 베어다
한 그루는 사랑채에 심고
또 한 그루는 안채에 두고
기러기 날아 올 때 까지
예쁜 죽부인들 껴안고 신선이 되는 거야
대개의 바보들은 뒤채 눈치만 보다가
좋은 시절 다 놓치고 땅을 치지
세상 만화萬花는 본래 주인이 없는 거야
먼저 보고 후리는 놈이 임자라고
되지못한 것들이 말이 많은 법이지
한잔 술 마실 여유도 없는데
바닷물을 통째로 마시려는 객기는 버려
장송長松처럼 묵묵히 살면 되는 거야
진시황이 지금 어디 있는지 봐봐
저 나무 가지에 쌓인 눈이 녹으면
한 세상 끝났다고 보면 정확할 거야
추사秋史도 마음만 먹다 말았지
하늘은 알면서도 모르는 체 하고
정말로 모르면서 아는 체 하기도 하지
여름 내내 꽃밭에서 뒹구는 복 있는 사내를
호걸 중에 호걸이라고 말할 수 있어
그러나 호걸은 말보다 어려울 거야
자칫 독가시에 찔릴 수 있거든
- 창작일 : 2010.7.29.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