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城別曲
- 여강 최재효
여름에 취해 숲 속에 누웠더니
어느덧 해가 서산에 숨었네
몽중夢中에 함께 했던 님들 어디 갔는가
술병은 반쯤 기울고
죽부인竹夫人은 알몸으로 울고 있네
산새들은 나무 가지에 앉아
무례한 이방인을 노려보는데
사내는 먼 하늘 바라보며
눈가를 훔치네
어찌하여 잠깐 사이에
뽕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을까
산허리 비껴 도는 발걸음
자색 구름 헤집으며 허공을 밟는데
노송老松 가지에 조급한 별이 걸려 있네
분명 꽃을 취한 적 없건만
손에서 향기가 피어오르니
홍안紅顔이 빨리 시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두려울 뿐이네
- 창작일 : 2010.7.31 20:00
남한산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