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착시(錯視)
- 여강 최재효
봄 수레바퀴에 가속이 붙으면서
연례행사처럼 타임머신을 심장에 달고
녹색의 피를 수혈 받네
다행이라네
너무 자주 진달래가 불을 지피거나
소쩍새가 이별을 아쉬워하면
돌연변이가 일어나
봄꽃들 치맛바람에 사그라지고
뇌리의 야화(夜花)는 점점 밝게 빛나겠네
청춘이 넘실거리고
벌 나비 떠난 자리에는
어김없이 화설(花雪)은 쌓이고
가지마다 설익은 눈물의 연서(戀書)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겠네
쓸쓸히 하룻밤 지나고 나면
비바람 상흔(傷痕) 깊은 가지마다
타고남은 촛불심지처럼
처참하게 뭉개진 화반(花盤) 들이
만삭의 몸으로 춤을 추겠네
녹색의 피가 원색(原色)으로 회전하고
심장 박동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
눈먼 사내는 멀뚱히 무심한 하늘 바라보며
조용히 두 손 모을 테지
- 창작일 : 2008.03.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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